건강밥상

"음식은 약" 약선요법 알아보기

고재순 2017. 5. 8. 10:36

오래된 중국 의학서 《황제내경》에는 이런 말이 있다. “현명한 사람은 이미 든 병을 고치는 게 아니라 병이 들지 않도록 조치한다. 병이 든 뒤 약을 쓰는 것은 마치 목마를 때 우물을 파는 것처럼 이미 때가 늦은 것이다.” 식품과 한약재를 이용해 질병을 예방하고, 증상을 개선하는 ‘약선요법’에 대해 알아본다.


◇약선요법이란?
‘약선’이란 약 약(藥), 음식 선(膳)의 한자어를 합친 단어로 약이 되는 음식을 뜻하는 한의학적 용어다. 최근에는 항생제 등 약물 부작용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인체에 해를 미치지 않는 음식을 통해 질환을 예방하고 질병 증상을 개선하는 약선요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약선은 식재와 약재의 성질, 맛, 색, 향을 개인의 체질이나 상황에 따라 배합한 후 조리해 질병을 예방·치료하고 노화를 방지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식자재 배합의 기반에는 음양오행학설, 장상학설, 경락학설, 사상체질의학 등 예로부터 전해져오는 한의학적 이론이 담겨 있다. 정리하자면 다양한 원인에 의해 불균형해진 인체를 각각 재료의 성질을 이용하여 조화롭게 돌려놓는다는 개념이다.
약선요법이 양방에서 처방하는 약재와 다른 것은 ‘계절’을 고려한다는 점이다. 한의학적 개념에 따르면, 봄·여름·가을·겨울은 각각 온(溫), 열(熱), 량(凉), 한(寒)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 계절적 요소가 인체의 오장육부와 경락, 기혈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계절적 변화에 따라 치료 원칙을 달리 해야 한다는 것이 약선요법의 기본 원리다. 봄의 경우 기후가 따뜻하고 만물이 돋아나는 계절로, 한의학에서는 인체의 오장(五臟) 중 ‘간(肝)’에 속하는 것으로 본다. 간은 해독과 배설을 주관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그 기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대추, 쇠고기 등을 먹는 것이 좋다는 식의 설명이다.
여름은 기후가 무더워 우리 몸이 차가운 것을 필요로 하는 계절로, 오장 중 심‘ 장’에 속한다. 이 때문에 심장을 보하기 위해 참외, 수박, 닭 등을 섭취할 것을 권장한다. 가을은 오장 중 ‘폐’에 속하는 계절로 살구, 염소고기 등을 먹는 것이 좋고, 겨울은 기후가 추워 양기(陽氣)가 깊게 숨는 계절로 ‘신장’에 속하기 때문에 복숭아, 파, 닭고기 등 자양에 도움이 되는 식품이 좋다.

◇약선요법 시 주의할 점
약선요법은 인공적으로 만든 약물을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작용 위험이 적다. 하지만 아무리 영양가가 높은 음식이라도 음식을 섭취하는 사람이 소화기능에 문제가 있는 경우 소화불량이나 복통, 구토, 설사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약선 음식에 넣을 약재를 선택할 때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일반적으로 약선요법의 처방은 식용 약재를 배합해 만든다. 그런데 각각의 원료는 복잡한 성분을 지니고 있어 요리된 후 서로 기능을 향상시키거나, 혹은 기능을 저하시키는 등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약선요법을 시행할 때는 각각의 성분을 제대로 분석해 재료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체내 열을 내리고 해독 작용을 하는 ‘감초(甘草)’는 대극, 완화, 감축, 해조 등의 약재와 상극을 이룬다. 음식 자체와 약재가 상극을 이루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돼지고기는 오매, 길경, 황련, 백합, 창출과는 상극이며 파두, 대황, 오수유, 창이자와는 함께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질병에 따라서 섭취를 삼가야 하는 음식도 있다. 부종에는 소금 섭취를, 위장 질환이 있는 사람은 식초 섭취를 피해야 한다. 피부에 부스럼이 난 사람은 새우, 게 섭취가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피부에 화농성 부스럼이 있는 사람은 민물고기 섭취를 피하라고 말한다.
◇질환별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되는 약선요법 6


▶급성기관지염
목이 간지럽고 기침이 난다. 흰색 가래가 나오고 오한과 발열 증상이 생긴다. 땀이 나지 않지만 코가 막히며 맑은 콧물이 흐른다. 두통과 함께 온몸에 통증이 생긴다.
도움이 되는 식품 귤
폐기능을 개선시키고 가래를 완화한다. 중국 원나라 의서인 《음선정요》에는 “귤은 구역질을 멎게 하고 기(氣)를 내리며 수도(水道)를 유익하게 한다. 또한 가슴에 뭉친 열을 제거하는 작용이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약선처방 진피행인죽
재료 행인(살구씨) 9g, 진피(귤껍질) 6g, 쌀 50g
만드는 법 행인과 진피를 물에 달인 뒤 약즙을 걸러낸다. 여기에 쌀을 넣고 물을 약간 부은 후 죽을 쑨다. 하루 1~2회씩 먹으면 도움이 된다.


▶ 기관지·천식
호흡곤란과 천식, 가래 등의 주요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호흡기의 과민성(알레르기)질환이다. 한의학에서는 외부에서 들어온 나쁜 기운인 사기(邪氣) 때문에 기가 막히고 가래가 가득 차게 되면, 기도가 막혀 발작적으로 증상이 생긴다고 본다.
도움이 되는 식품 생강
열을 발산하고 땀이 나게 한다. 혈액순환을 촉진해 위액 분비가 원활하도록 하고, 소화 작용을 활발하게 해준다고 알려졌다. 중국 양나라 본초서인 《본초경집주》에서는 “생강이 오장을 보하고 가래를 몰아내며 기를 내리고 구토를 멎게 한다”고 설명한다.
약선처방 생강파탕
재료 생강·대파 흰대공(하얀 부분) 각 20g, 마황 6~9g, 물 1500cc
만드는 법 생강과 대파 흰대공을 물에 넣은 후 물이 완전히 끓을 때까지 끌여준다. 이후 불을 약하게 줄여서 1시간 정도 더 끓여준다.


▶ 발기부전
성기의 발기가 잘 안 되거나, 발기가 되어도 단단하지 못한 경우를 말한다. 지나친 성생활 등으로 신장의 정기(精氣)가 손상되는 것을 원인으로 본다. 이외에 걱정이나 근심 등 심리적 원인으로 심장과 신장이 손상되는 것도 원인으로 본다.
도움이 되는 식품 부추
기(氣)가 제대로 흐르도록 해 체내 해독작용을 돕는다. 중국 당나라 의서인 《본초습유》에 의하면 “부추는 기를 내리며 허(虛)를 보하면서 오장육부를 조화롭게 한다. 또한 사람으로 하여금 식욕을 일게 하며 양기를 돕는다”고 나와 있다.
약선처방 호두부추볶음
재료 호두 60g, 부추 흰 부분 250g, 참기름 30g, 소금 1.5g.
만드는 법 호두를 끓는 물에 약 2분간 데친 뒤 껍질을 벗기고 물기를 없앤다. 부추는 씻어서 3cm 길이로 썰어둔다. 프라이팬을 잠시 달군 뒤 참기름을 붓고 호두가 노란색이 될 때 까지 볶은 뒤 부추를 넣어 함께 볶는다. 마지막으로 소금을 뿌린다.
◇약선요법 <한약재 편>



▶고지혈증
머리가 무겁고 어지러우며, 가슴과 명치 부분에 더부룩하고 답답한 증상이 쉽게 생긴다. 혈액 내 콜레스테롤 등 지방 수치가 유독 높게 나타나며, 그 외 다른 증상은 잘 나타나지 않는다.
도움이 되는 한약재 하수오
생하수오는 장(腸)기능에 도움을 줘 대변이 잘 나오도록 한다. 가루를 내면 간장과 신장의 기운을 향상시키고, 정력을 좋게 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하수오가루는 혈액 생성을 도와 고혈압, 동맥경화, 관상동맥성심장병 개선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약선처방 하수오죽
재료 하수오가루 20~30g, 쌀 50g, 대추 2개, 설탕 약간, 물 500mL
만드는 법 대추, 쌀, 설탕을 냄비에 넣고 물을 부어 죽으로 만든다. 그러고 나서 하수오가루를 넣은 뒤 죽이 걸쭉해질 때까지 약한 불에 가볍게 저어준다. 죽이 완성되면 불을 끄고 뚜껑을 덮은 후 5분간 뜸을 들인 뒤 매일 아침·저녁으로 따뜻하게 먹는다.


▶신경쇠약증

정신적 피로, 신경과민, 불면증, 우울 등이 나타난다. 기억력이 감퇴하는 경우도 있다. 간(肝)의 열이 위로 치솟아 심장과 비장의 기혈을 허약하게 만드는 것이 원인이다.
도움이 되는 한약재 백자인
심신을 안정시키고 장기능을 개선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가슴에 답답함을 느껴 숙면을 취하지 못하거나, 가슴이 두근거리며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증상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조인이나 생지황 등을 배합해 섭취하면 불면증 치료에 도움이 된다.
약선처방 용안백자인탕
재료 용안육 10g, 백자인 10g, 설탕 1/2작은술, 물 500mL
만드는 법 용안육과 백자인을 냄비에 넣고 물과 설탕을 넣는다. 약한 불로 달여 물이 200mL 정도 남으면 백자인을 건져낸 뒤 먹는다.


▶ 대하증(帶下症)

여성의 생식기인 질에서 혼탁하고 걸쭉한 점액이나 분비물이 과도하게 나오는 상태다. 환경이 습해짐에 따라 여성의 자궁경부나 질이 감염되는 것이 주요 원인이다. 노화로 인해 건강이 약해지고 순환장애가 생기면서 하복부가 차가워지는 것도 냉대하증을 유발하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도움이 되는 식품 산약(마)
비장과 위장을 보호하고 폐와 신장 기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여성들의 대하증 증상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몸이 나른하고 설사 증상이 나타날 때도 사용하면 좋다.
약선처방 산약편두죽
재료 산약 30g, 검은콩 15g, 쌀 15g, 흰설탕 약간
만드는 법 산약은 얇게 편썰고, 검은콩은 씻어놓는다. 쌀을 씻어 콩과 함께 냄비에 넣고 물을 적당량 붓는다. 센 불로 끓인 뒤 쌀이 서로 엉겨붙으면 약한 불로 줄여 죽을 쑨다. 죽이 완성되면 산약편과 설탕을 넣어 잠시 더 끓인다. 하루 1~2회 섭취한다.

/ 이현정 헬스조선 기자 lhj@chosun.com
사진 셔터스톡
/참고서적 《내몸에 질병을 고치는 한방 체질 약선요법(한방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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