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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브가 아름다운 여자

고재순 2020. 5. 18.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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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브가 아름다운 여자


김영남


구불구불한 길
커브가 많은 삶은 슬프다
라고 생각하며
그녀의얼굴을 문지르고 있으면
그녀에게선 아름다운 커브가 나온다.

커브가 아름다운 그녀.
기둥을 자주 수리했던 여자,
어룽무늬 커튼이 쳐진 여자,
난간이 있는 여자,
일요일이면 혼자 쉬어야 하는 여자,
바이올린 같은 현이 있는 여자,
그래서 한번 더 슬픈 커브를 갖는 그녀.

그러나 그녀의 커브를 몇 굽이 돌다보면
의외로 넓고 푸른 뜰을 만날 수 있다.
그 뜰에서 키우는비둘기와 양을 만날 수 있고,
날마다 하느님의 들녘으로 나가는황소 같은 어진 발걸음 소리도 들을 수 있다.
뜰을 가득 채워오는 농아들 웃음이
그녀의 어둔 공간을 밝히고
하늘의 별로 반짝여올 때
그녀의 커브는커브 이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벼랑을 슬기롭게 돌아나간 커브,
그 커브가 그녀를 향기롭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