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순 2020. 9. 7. 09:14

안개


윤동주


보이면서 아니 보이는 것
붙잡을 수 없길래 붙잡고 싶은 것
텅 비면서 무궁하게 존재하는 것.

가지려하면 도망치는 것
버리려하면 뒤 따라오며 나를 삼키는 것
알수도 없는 것 가질 수도 없는 것
신의 옷자락인양 추운 내 영혼 감싸주는 것.

가리워진 시야만큼 그득하니 차오르는 것
내 청춘앞에 흘린 덜 익은 너의 입김처럼
기어이 쫒아가면 앵돌아져 나를 버리는 것
빈 들판에 홀로 남게 하는것.

인생도 사랑도
이와 같은 같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