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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게

고재순 2022. 5. 29. 15:15
바람에게

이해인


몸이 아프고
마음이 우울한 날

너는 나의
어여쁜 위안이다

​바람이여 창문을 열면
언제라도 들어와

무더기로 쏟아내는
네 초록빛 웃음에 취해
나도 바람이 될까

​근심 속에 저무는
무거운 하루일지라도

자꾸 가라앉지 않도록
나를 일으켜다오

​나무들이 많이 사는
숲의 나라로 나를 데려가다오

거기서 나는 처음으로
사랑을 고백하겠다

​삶의 절반은 뉘우침 뿐이라고
눈물 흘리는 나의 등을 토닥이며

묵묵히 하늘을 보여준
그 한 사람을 꼭 만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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