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순 2022. 8. 15. 11:37

안개꽃

복효근


꽃이라면 안개꽃이고 싶다.
장미의 한복판에 부서지는 햇빛이기보다는
그 아름다움을 거든 안개꽃이고 싶다
나로 하여 네가 아름다울 수 있다면
네 몫의 축복 뒤에서 나는 안개처럼 스러지는
다만 너의 배경이어도 좋다
마침내는 너로 하여 나조차 향기로울 수 있다면
어쩌다 한 끈으로 묶여 시드는 목숨을 그렇게
너에게 조금은 빚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