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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처럼

고재순 2023. 6. 11. 11:32
손님처럼


나태주


봄은 서럽지도 않게 왔다가
서럽지도 않게 간다

잔치집에 왔다가
밥 한 그릇 얻어먹고
슬그머니 사라지는 손님처럼
떠나는 봄

봄을 아는 사람만 서럽게
봄을 맞이하고
또 서럽게 떠나 보낸다

너와 나의 사랑도
그렇지 아니하랴
사랑아 너 갈 때 부디
울지 말고 가거라

손님처럼 왔으니 그저
손님처럼 떠나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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