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짓기

별재와 본채로 분리된 포천통나무집.

고재순 2020. 3. 14. 07:03

별재와 본채로 분리된 포천통나무집.

작년 6월에 올렸던 내부 구경하기 이후의 사진입니다.


작년 가을 크롤스페이스에 설치한 물탱크 결로 문제로 잠깐 들렸을 때도 조경공사가

완결되지 않아 새 봄 이후 파릇한 기운이 올라오면... 하고 미뤄두었지요. 잡지사와

방송국의 인터뷰 요청 또한 같은 이유로 계속 연기되었고요. 차일피일하던 차, 서울

나들이 길에 이어 아내와 아들을 대동하고 다녀왔습니다.

잔디정원 외 널찍한 통로는 조경블록을 깔았네요. 시원하고 말끔해 보이는데 빗물도

잘 스미고 잡초가 없어 좋다하시더군요. 올 여름 복사열 여부가 관건.



서울과 포천. 그동안 두 집 살림을 하다 이사 짐 옮긴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는군요.


안주인은 처음부터 통나무집을 원하지는 않으셨어요. 처음 답사 차 만났을 때 그런

말씀을 하셨지요. 하지만 이미 남편은 저의 광팬. 왜 반드시 우드맨이어야 하느냐는

말씀에 곤조가 있어 보여 좋다. 무언가 할 것 같다며 잘라 답하시더랍니다.

곤조.....일본어 <근성> <강한 기질>



처음에는 풀나치통나무집을 원하셨고, 구체적인 건축 일정이 잡혔을 무렵에는 용인의

원삼통나무집 사진을 이미 기본 조경이 되어있는 대지 배경과 합성해 보여주시기도

했습니다. 합법적으로 풀나치통나무집을 짓기 어려워져 포스트&빔 스타일로 변경했고

저는 오래 전에 그려두었던 모델을 응용한 구조를 제시했습니다.




별채와 본채 그리고 그 연결통로... 안방을 별채로, 거실 주방 작은방 다용도실 등이

묶인 본채와 연결하는 복도가 있는 구조. 출입구 계단을 몇 걸음 올라 현관에서 한번

몸을 돌리고 다시 왼쪽으로 놓인 중문을 열면 만나는 좌우 연결통로인 복도...




 

동서로 총 21미터. 마음 같아선 복도를 2미터 정도 더 길게 만들고 싶었으나 기존의

연못을 없애야 하는데다 부지 좌우 폭에 여유 없이 너무 꽉 끼는 것 같아 그럴 수는

없었답니다지붕은 이미 징크스타일로 결정한 상태. 집주인부부는 점토기와 시공을

원하셨지만 제가 강력하게 추천해서 초기에 반영하였는데 결과에는 서로 대 만족...

요즘은 징크스타일 홍수라서 신축주택의 반쯤은 마치 징크스타일을 적용하지 않으면

후진적이라고 생각들 하는지 아무 곳이나 막 붙이는 느낌이 들 정도. 과유불급이죠.




본래 안채가 여자 누마루는 남자들의 공간이었으나 여기서는 적용을 달리했죠. 안방을

본채에서 분리하고 중간에 완충 공간(복도)을 두어 연결한다. 안주인의 갱년기 이후

밤잠을 따로 주무신다기에 제가 이죽거렸습니다. 건넌방이 말 그대로 멀리 건너있으니

서로 부를 때는 고함을 쳐야하겠다고요. 안방은 좌측 건넌방은 우측 끝에 있으니 과연

그럴 만도 하죠?

 



좌측부터 백발성성한 집주인 그리고 원두막에 앉아 담소하고 있는 아들 아내 안주인.

연못 초입의 비치볼은 손자들이 물놀이기구.




애초의 계획이 집 전체를 씨다 판재로 감싸는 것은 아니었는데 안방에 시공하고 보니

생각보다 잘 어울렸어요. 그래서 본채까지 모두 해버렸는데 이처럼 여전히 현장에서

마무리 방식이나 재료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게 순간적인 선택이 필요해서

당초 계획보다 분명하게 좋은 길이라 판단하면 비용 등을 따지지 않고 우선 저지르고

나중에 수습하느라 약간 곤란한 상황이 발생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결과를 선택하여

누리는 대가로 생각해 서로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무모함이 지금까지의 결과를 만들어 왔고요...




기다란 정화조 배출 관을 지적할 분이 계시겠네요. 제가 한 건 아니고요...

공사 초기 어느 날 집주인께서 계약하고 나면 시공자가 갑이 되는 것이라 말하자

안주인께선 웃으며집주인이 갑이면 내내 갑인 것이지라며 살짝 눈을 흘기셨어요.

하지만 그런 표현과는 달리 실제는 무척 잘 해주셨고요, 집주인께서는 시종일관 더할

수 없이 저를 믿고 또 밀어주셨습니다

현장 작업이 중반을 넘긴 마무리 단계에서 안주인께서는 한샘 카탈로그에서 본 실내용

평상을 주문하였고, 저는 한샘에 의뢰하실 것을 권하였으나 극구 우드맨이 만들어야만

이 집에 잘 어울릴 것이라 고집하시더군요. 어느 단계부터인지 시공자에 대한 경계를

풀고 오히려 우드맨빠로 변신한 것이지요. 건축주와 시공주, 누가 갑이면 어떻습니까?

알아보고 고민하다 결정하였다면 집짓는 사람이 소신껏 양심껏 잘할 수 있게 밀어주는

게 제일 좋습니다. 저 역시 그럴 때 제 능력을 더 많이 발휘할 마음이 지속되고요 또

그런 믿음을 반대로 이용하진 않습니다




복도 앞 현관 포치(Porch)에서 엿보는 정원




두어 걸음 더 나와 남서방향 연못과 원두막을 바라봅니다. 지금 안방자리에 놓여있던

원두막이 마치 오래전부터 저 자리에 있던 양 자연스럽네요.





바로 그 원두막에 앉아 바라보는 풍경.

정확하게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뒤 배경 산마루의 흐름과 이 집의 지붕선이 일치하고

있는 모습이에요. 어쩜 이렇게 잘 맞느냐며 안주인께서 마냥 좋아하십니다. 그래선지

원두막에서 앉아 집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아주 편안해 지신다고요.

 




연못은 전보다 한층 풍성해 졌습니다.

 




집주인께서 직접 묵직한 상수도용 호스를 어깨에 둘러메고 뒷산을 돌아 계곡을 500

미터 이상 올라간 자리에서 물을 끌어와(안주인께서는독종이란 표현을 쓰셨어요^^)

마치 땅 밑에서 물이 샘솟는 것처럼 꾸미고 여기에 잇댄 아주 작은 연못(?) 다섯 개.




제일 끝에 놓인, 말 그대로의연못에 잉어를 키우시는데 뜰채로 솎아내야 할 만큼

개체가 많이 늘었다며 고민하고 계세요




처음 만난 순간부터 설계하고 결정하는 과정, 공사 기간 내내 전적으로 저의 입장을

지지하고 응원해 주신 분. 끝까지 집이 완성되어가는 과정을 보며 즐거워하셨고 저와

스태프들에게 무엇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어 애쓰셨으며, 저를 어렵게 하거나 난처한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각별히 마음 써 주셨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입주하신 후에도

가끔 자주 전화해서 저의 건강과 가족의 안위를 빌어주셨고, 언제든지 같이 막걸리

한 잔 하자시며 변함없는 호의를 보내주고 계십니다. 이런 측면에서집은 건축주와

시공주가 같이 짓는 것이라 할 것이며 단언컨대 이 집의 완성도가 비교적 더 높아

보인다면 그 공의 반은 집주인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 친정에 왔어?”안주인과 함께 텃밭으로 올라갔다 내려온 아내에게 한마디

던졌습니다. 나중에는 주방에서 묶은 김치까지 한 통 받아오는 것이 아니겠어요?

이 집은 아내와 여러 번 다닌 듯합니다. 상담 초기에도 서로 만나면 밥을 나누었고

화통하신 안주인 덕에 늘 함께하는 자리가 밝았지요. 오늘은 식사하러 나가기 전에

집터를 굽어보며 수년 전 잡초 무성했던 경사지 묶은 밭이 이처럼 변하다니 세월이

그리고 사람의 능력이란 게 대단하다는 이야기를 주고받았습니다.

협력해서 만든 역사라 하겠지요자료/다음카페(전원의향기)우드맨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