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좋은말

고장난 벽시계는 멈추었는데

고재순 2020. 5. 20. 15:35

게시글 본문내용


♡ 똥장군 ♡

"휘청휘청 가신다
똥장군이 나가신다
아이야 ~똥물 튈라
길을 비켜라

출렁출렁 나가신다
아버지가 똥을 지고
봄 밭에 가신다

황구가 독사에게 물려서 죽은
그 텃밭에는
똥 냄새가 구수하다 ..."

♡♡♡
이곳, 증평읍 남차리 동점마을에 가면
동네 입구 한켠에다가 옛날 民俗品을
모아 놓은 곳이 있는데, 거기에는
어릴때 보고 잊혀졋던 똥장군이 보인다.

문득, 아득한 기억 저 넘어로
하늘아래 첫 동네 산골짜기 뒷간 옆에
천연덕스럽게 웅크리고 앉아있던
똥장군의 모습이 떠오른다...

내 기억속에는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저 똥장군을 지고가는 모습을 한번도
본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아! 맞다.
그때 우리 집에는 건넌방에 기거하면서
궂은 일을 맡아 해주시던 최씨 아저씨라는
분이 살고 있었던 생각이 난다...

벌써 할아버지께서 하늘나라로
여행을 떠나신지가 35년이 흘렀다.
늘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그윽한 눈길로 나를 바라보시던
아득히 멀어져간 할아버지의 모습이
심쿵하게 가슴속에 파문을 일으킨다.

아! 속절없이 흘러가 버린 歲月이여~
정겨웠던 追憶속의 사람들이여~~
고장난 벽시계는 멈추었는데....

 


'좋은글 좋은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각 (自覺)  (0) 2020.05.24
내가 좋아하는 사람  (0) 2020.05.24
나 그대에게   (0) 2020.05.20
참 이상한 일이다  (0) 2020.05.19
사람의 일   (0) 2020.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