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우리가 만난다면 풀잎으로 만나자 풀잎 하나 열린 가슴 풀잎 하나 열띤 사랑으로 만나자 온갖 허울은 벗고 온갖 망령도 벗고 온몸으로 뭉뚱그려진 풀잎 하나 배반과 증오의 역사 침탈과 오욕의 산하 죽어 넘어진 가슴 그러나 말라붙은 입술 틈으로 살아나오는 풀잎 하나 벽돌장 뚫고 철조망을 넘어 살아나오는 풀잎 하나
풀잎 하나 열린 가슴이면 풀잎 하나 열띤 사랑이면 누구를 못 만나랴 지리산 장터목에서도 만나고 임진강 들녘에서도 만나고 백두산 천지에서도 만나고 풀잎 하나 뇌성으로도 만나고 지진으로도 만나고 넘치는 강물로도 만나자 개망초, 엉겅퀴, 시금초, 민들레 풀잎 하나 온몸으로 만나 통일 산하 풀잎들의 세상을 이루자
거기에 정론도 있다 거기에 정설도 있다 또한 깨어나는 민족의 하늘이 있나니 풀잎으로 외치고 풀잎으로 일어서자 그리하여 온몸으로 거역하며 일어서는 풀잎 하나 그래, 우리가 만난다면 풀잎 하나 온몸으로 만나자 통일 산하 풀잎들의 세상을 이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