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좋은말

바람

고재순 2020. 6. 16. 16:34

바람

이혜란


바람이 불어온다
초록이 우거진 숲속
그 오솔길에도
세상의 거친바람
실바람되어 나부낀다

천 년의 눈동자
삼천 번의 스침이
칡뿌리로 동여매고
우리의 영혼을
볼 수 있게 만든다

나의 마음 속으로
너의 영혼 속으로
살며 살아가며
서로에게 녹아들어
진지하게 애틋하게
영원으로 함께 간다

세상의 거친 바람
숲속 나무들 사이
커다란 바위 뒤에
체온으로 느끼며 앉아
너를 감싸주고
나를 감싸주고

소리없이 함께 간다
영원으로 함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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