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좋은말

너무 먼 당신

고재순 2020. 10. 14. 12:47

너무 먼 당신 / 김용택


초승달이 저녁 하늘에 걸리고
풀벌레가 밤을 새워 웁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너무 멀고
저렇게 생각하면 당신은 내게 너무 무겁습니다
금세 질 달 보며 당신이 보고 싶습니다
나는 당신의 강에 쉼 없이 흐르는
물이고 싶습니다
당신의 산과 들에 내리는
비이고 싶습니다
당신의 바짓가랑이를 적시는
나는 아침 이슬이고 싶습니다 그리고 나는
당신의 마음 가장자리에 앉는
눈송이이고 싶습니다
당신이 가시는 길 앞에 달빛이고 싶고
잠든 당신의 곁에 머무는 바람결이고 싶고
물가에 앉아 물 보는 당신의 그 마음을 거드는 나는
잔물결이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나의 세상에 당신을 가두고
당신의 세상에 내가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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