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불 / 오봉옥
이렇게 환한 등불 본 적 있나요 개미 두어 마리가 죽은 나방을 움켜쥐고 영차영차 손잔등만한 언덕을 기어오를 때 공놀이하던 한 아이가 잠시 가던 길을 비켜줍니다 순간 개미의 앞길이 환해집니다
이렇게 빛나는 등불 본 적 있나요 일곱 살짜리 계집아이가 허리 꺾인 꽃을 보고는 냉큼 돌아서 집으로 달려가더니 밴드 하나를 치켜들고 와 허리를 감습니다 순간 눈부신 꽃밭이 펼쳐집니다
오늘 나는 두 아이에게서 배웁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등불이 될 수 있다는 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