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좋은말

밥을 먹으며

고재순 2021. 11. 18. 10:34
밥을 먹으며


장석남



밥을 먹으며 나는 자주
밥 냄새 끝까지 달아나 있다
밥의 기억 모두 낙엽져 앙상한
마을, 내려와 넓은 숨을 쉬는 하늘가에서
이름 버리고
빈 그릇을 달그락거리기도 한다
어느 미래에 나는 배고프지 않은 기억 밑으로
수저를 던질 것인가
내 영혼의 싱싱한 지느러미 속에
차고 단단한 잔별들이 뜰 때
나는 조용히 수저를 놓고 그들과 함께
몸 비틀며 반짝일 것이다
밥을 먹을 때 나는 자주 기억도 끝나는 곳을 病처럼 다녀오곤 한다

'좋은글 좋은말'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 사랑의 편지  (0) 2021.11.18
어떤 결심  (0) 2021.11.18
겨울나기  (0) 2021.11.12
초겨울 편지  (0) 2021.11.12
아픈 사랑일수록 그 향기는 짙다  (0) 2021.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