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조각품 한라를 품다/백두산 천지 축소판 소천지에 한라산 데칼코마니로 투영/하늘·바람·날씨 ‘타이밍’ 맞아야 신비로운 절경 감상/자구리해안 이중섭 흔적 가득/오늘은 녹차한잔...초록과 파랑 사이 내가 물든다
![]()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맑고 투명한 바다는 호수처럼 고요하다. 덕분에 거울 같은 물 위에 한 치 오차 없이 그대로 투영된 신비로운 기암괴석 병풍. 여기에 저 멀리 어머니 품처럼 부드러운 한라산 곡선까지 데칼코마니처럼 담긴 모습이라니. 소천지 가장 높은 바위에 앉으면 백두산과 한라산을 한꺼번에 모아놓은 듯한 환상적인 풍경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 ![]() ◆올레길 비경 소천지를 아십니까 제주 서귀포시 올레길 6코스는 하천과 바다가 만나는 비경, 쇠소깍에서 출발한다. 제지기오름∼보목포구∼구두미포구∼검은여쉼터∼소정방폭포∼정방폭포∼자구리문화예술공원∼이중섭거리∼제주올레여행자센터로 이어지는 11㎞ 여정으로 3∼4시간 정도 걸린다. 초반에 오름을 하나 만나지만 대체로 해안길과 서귀포 시내로 평탄한 길들이 이어져 초보자들도 수월하게 걷을 수 있다. 이런 6코스에 올레길을 많은 걸어본 고수도 잘 모르는 비경이 하나 숨어있다. 바로 보목동 소천지. 제주 올레길 정보를 소개하는 홈페이지에도 전혀 등장하지 않고 올레길에서 조금 벗어나 있어 대부분 모르고 그냥 지나친다. 하지만 깜짝 놀랄 절경이 가득하니 올레길 6코스 여행자들은 소천지를 놓치면 땅을 치고 후회한다. 제주대학교 연수원 인근에 소천지로 내려가는 오솔길이 있는데 내비게이션에 ‘소천지’를 입력하면 근처로 안내한다. ![]() ![]() 소천지는 이름 그대로 ‘작은 천지’란 뜻. 백두산 천지를 축소한 모습이라 이런 이름이 붙었다. 해송들이 울창한 오솔길 소나무숲은 여름 뜨거운 태양을 가려줘 걷기 좋다. 길 중간에 만나는 손에 닿을 듯 아름답게 바다에 떠 있는 섬은 무인도 섶섬. 소나무숲과 해변의 검은 현무암, 푸른 바다와 하늘, 예쁜 섬이 어우러지는 그림 같은 풍경에 저절로 발걸음이 멈춰진다. 조금 더 해안가로 내려가면 수평선을 장식하는 문섬과 소천지의 기암괴석이 어우러지는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소천지의 매력은 이제 시작이다. 병풍처럼 에워싼 소천지 안으로 깊숙하게 들어가야 자연의 위대한 조각품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 ![]() 오솔길을 10분 정도 내려가자 자연은 꽁꽁 감춰놓은 비경을 그제야 드러내는데 소천지가 맞다. 백두산 천지를 그대로 축소해 옮겨 놓은 듯한 신비로운 모습. 삐죽삐죽 솟구친 현무암 기암괴석들이 병풍처럼 둘러서며 그 안에 한없이 투명한 쪽빛 바다를 가둬 놓은 경이로운 풍경에 동공이 최대치로 확장된다. 아주 먼 옛날, 화산폭발로 분출된 뜨거운 용암을 차갑고 성난 파도가 끊임없이 밀어 올리면서 그대로 굳어버렸나 보다. 연인들은 소천지를 배경으로 인생샷을 찍느라 좀처럼 자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 ![]() ![]()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자세히 보니 맑고 투명한 물에 기암괴석 병풍과 함께 한라산이 담겼는데 백록담을 품은 정상까지 또렷하다. 운이 아주 좋은 날이다. 화창한 날씨와 긴 가시거리, 그리고 바람이 없는 날까지 3박자가 맞아 떨어져야 볼 수 있는 있다는 소천지 절경을 만나다니. 로또 1등에 당첨된 듯, 흐뭇한 미소가 입가에 걸린다. 가장 높은 바위 꼭대기에 오르면 한라산 반대쪽에 또 다른 절경이 기다린다. 손에 닿을 듯 가까워진 섶섬과 소천지 기암괴석들이 어우러지는 풍경에 탄성이 저절로 쏟아진다. 20대 초반 딸 손을 잡고 바위 꼭대기에 오른 엄마는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딸의 가장 예쁜 시절 모습을 담느라 쉴 틈이 없다. 발아래까지 치고 들어오는 파도를 아찔하게 즐기며 인생샷 한 장 남겨본다. ![]() ![]() 소천지와 한라산, 문섬과 섶섬이 파노라마로 펼쳐지니 소천지 최고의 뷰를 감상하려면 바위 꼭대기를 꼭 정복하도록. 다만 오르는 과정이 아주 험난하다. 길이 따로 없어 적당히 바위를 옮겨 다니며 올라야 하기 때문에 트레킹화가 필수. 자칫 방심했다 미끄러져 물에 빠지기 쉬우니 노약자들은 아주 조심해야 한다.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소천지를 알게 됐으니 참 다행이다. 제주엔 이런 숨은 절경이 끊임없이 널렸으니 더 부지런히 찾아 다녀야겠다.(펌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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