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좋은말

벗 하나 있었으면

고재순 2022. 9. 11. 10:38
벗 하나 있었으면

도종환
 
 
마음이 울적할 때
저녁 강물 같은 벗 하나 있었으면

날이 저무는데 마음 산그리메처럼 어두워 올 때
내 그림자를 안고 조용히 흐르는 강물 같은 친구 하나 있었으면
 
울리지 않는 악기처럼 마음이 비어 있을 때
낮은 소리로 내게 오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 노래가 되어
들에 가득 번지는 벗 하나 있었으면
 
오늘도 어제처럼 고개를 다 못 넘고 지쳐 있는데
달빛으로 다가와 등을 쓰다듬어 주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라면 칠흑 속에서도
다시 먼 길 갈 수 있는 벗 하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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