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내가 묻고 싶다 / 나태주
쌀 한 톨 얻어내려면 농부님네 손길이 여든 여덟 번이나 스쳐 쌀 한 톨이라는데 그래서 한자로 쌀미자(米)가 쌀미자가 되었다는데 그리도 소중한 쌀 한 톨 모여 수 백톨, 아니 수 백 톨이 모여 (어쩌면 천 톨이 될지도 몰라) 쌀밥 한 사발이고 쌀밥 한 숟갈인데 그것도 쌀들이 제 목숨 바쳐 사람에게 던져주어 쌀밥인데 그런 쌀밥 끼니마다 한 그릇씩 뚝딱 먹어치우고 나는 오늘 무슨 일을 했는가 무슨 말을 했고 무슨 생각을 했는가 더불어 채소반찬에다가 고기반찬, 과일까지 얹어 먹었으니 그것들 모두 제 생목숨 끊어 사람에게 산 제사 지내어 모두가 반찬이고 음식이고 과일인데 소의 살점, 돼지나 닭의 살점 빌려 먹는 건데 나는 오늘 그토록 소중한 남의 목숨의 잔치 세 번이나 먹고 나서 무슨 좋은 일을 했는가 무슨 좋은 말을 했고 무슨 좋은 생각을 했는가 나에게 내가 묻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