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가볼 만한 최신 케이블카들은 어디?

고재순 2023. 2. 12. 02:47
 

최근 2년 내 개통된 케이블카 중 하나인 명량해상케이블카.
출렁다리에 이어 이번엔 케이블카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2015년까지 전국에 케이블카가 설치된 지역은 20개에 불과했는데 2022년 말 기준으론 두 배 가까이 급증한 41개에 이른다고 한다. 여기에 지속적으로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하는 지자체도 수십 곳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어떤 케이블카들이 생겼고, 앞으로 어떤 케이블카들이 더 들어설까? 또 문제는 없을까? 한국 케이블카의 현 주소를 짚어본다.
1 가볼 만한 최신 케이블카들은 어디?
최근 2년 동안 개통한 케이블카들을 나열하면 거제 파노라마 케이블카, 해남-진도 명량케이블카, 서해랑 제부도 해상케이블카, 하동 금오산 케이블카, 춘천 삼악산 호수케이블카, 화천 백암산 케이블카, 정선 가리왕산 케이블카 등이다.

1년 동안 60만 명이 방문한 춘천 삼악산 케이블카 조감도.
춘천 삼악산 호수케이블카
는 발왕산 케이블카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긴 3.61km의 케이블카다. 삼천동에서 의암호를 가로질러 삼악산 중턱으로 오른다. 백미는 상부정차장에서 연결된 산책길과 스카이워크. 스카이워크에선 멋스런 의암호와 춘천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단 3월 31일까지 동계 시즌 동안에는 산책길과 스카이워크는 안전상의 이유로 폐쇄되므로 이후에 찾는 것이 좋다. 성인 1인 가격은 2만3,000~2만8,000원.
서해랑 제부도 해상케이블카
는 국내 최장 해상 케이블카다. 육지 통과 구간을 제외하고 바다 위 허공을 2.12km나 날아간다. 이 바다 위 구간이 해상 케이블카 중 최장이다. 경기도 화성 서신면 장외리에서 제부도 입구를 왕복하며 편도 소요시간은 10분, 성인 1인 비용은 1만9,000~2만4,000원 선이다. 일몰시간과 케이블카 운영 시간을 잘 맞추면 화성8경 중 하나인 서해안 낙조를 케이블카 안에서 즐길 수 있다.
하동 금오산 케이블카
는 남해 지역 최고봉인 금오산(875m)까지 한 번에 올라가는 2.5km 길이의 케이블카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아름다운 풍광을 전망대에서 바로 만나볼 수 있으며, 금오산 정상부를 돌아보는 1.2km의 둘레길과 국내에서 가장 긴(3.4km) 짚와이어도 연계해서 타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성인 1인 가격은 2만~2만7,000원.

남한 내 최북단에 건설된 백암산 케이블카.
화천 백암산 케이블카
는 국내 케이블카 중 가장 북쪽에 위치해 있다. 심지어 민간인 통제선도 지난다. 그래서 사전예약제로만 운영되고 있다. 편도 2.12km로 백암산 정상(1,178m)까지 간다. 북한 지역을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이색적이다. 단 지역 군사훈련이나 대북 안보 상황에 따라서 운영이 중지되곤 한다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 성인 1인 가격 1만9,000원.
정선 가리왕산 케이블카
는 2018년에 열린 평창동계올림픽의 유산인 곤돌라를 재활용해 2년 동안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가리왕산 하봉(1,330m)까지 3.5km를 20분이면 오를 수 있다. 백두대간의 진풍경과 넘실거리는 운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 포인트. 또한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이면 해넘이, 해맞이 케이블카를 운영한다는 것도 눈여겨볼 점이다.
다만 하봉에서 중봉, 가리왕산 정상까지 연결되는 등산로는 의도적으로 차단했다. 탐방 압력으로 인한 원시림 훼손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비용은 성인 1인 가격 1만 원.
이처럼 지자체들이 케이블카 사업에 손을 대는 건 일단 관광객 유치 효과는 확실하기 때문이다. 삼악산 케이블카는 1년 만에 60만 명이 방문했으며 이 중 타 시·군 방문객이 85%에 달해 외지 관광객 유입 효과를 톡톡히 봤다. 여수시도 케이블카를 만든 2017년에 2012년 여수 엑스포 이후 두 번째 연간 방문객 1,500만 명을 기록했다. 2007년에 개장한 통영 케이블카는 15년 동안 꾸준히 사랑 받아 누적 탑승객 1,500만 명을 기록해 케이블카 사업이 지속적으로도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사례로 남고 있다. 케이블카 사업 자체는 만성 적자인 경우가 많아도 지자체들은 관광객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해 줄 수 있을 것이라 여겨 사업 유치에 사력을 다한다.

고군산군도에도 케이블카 사업이 추진 중이다.
2 사업 추진 중인 케이블카들의 현황은?
지자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케이블카 사업에 손대면서 현재 개통을 앞두고 있는 케이블카도, 착공을 준비 중인 케이블카도 많다. 반대로 아예 사업이 엎어지고 출발선으로 되돌아 간 경우도 있다.
먼저 착공을 준비 중인 케이블카로는
설악 오색케이블카
를 가장 먼저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오색리에서 설악산 끝청까지 3.5km를 연결하는 이 사업은 설악산 훼손 우려로 40년 동안 지지부진했다. 그러나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강원도 공약에 포함되면서 다시 한 번 양양군이 환경영향평가 재보완서를 환경부에 제출한 상황이다. 강원도청 관계자는 "환경영향평가를 2월 안에 마치고 관련 인허가를 올해 안에 다 처리한 후 내년에 착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물론 환경영향평가가 도의 희망대로 처리될지, 다시 한 번 반려될지는 미지수다.
설악에 이어
영남알프스에서도 케이블카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울주군이 1999년부터 추진해 온 사업인데 그동안 환경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번번이 좌초됐었다. 이번에는 기존 환경영향평가에서 부동의된 노선을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에서 신불산 억새평원 일대로 이어지는 2.5km 구간으로 수정했다. 반면 케이블카 재추진 소식이 전해지자 울산환경운동연합을 중심으로 한 지역 25개 환경단체는 지난해 12월 26일 영남알프스케이블카반대 범시민 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착공에 들어간 케이블카도 있다.
포천 산정호수와 명성산 정상부를 잇는 케이블카
다. 2022년 4월 공사에 들어갔고 2024년 12월 완공이 목표다. 케이블카가 닿는 상부정차장에서 명성산의 유명한 15만㎡의 억새 군락지까지 단 8분이면 갈 수 있다.

사실상 백지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부산 이기대 케이블카 조감도.
담양 추월산 케이블카

부산 남구 이기대공원과 해운대구 동백유원지를 잇는 해상관광케이블카
사업은 백지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추월산은 당초 개발사업 부지였던 곳이 국립생태원의 생태·자연도 평가에서 제한적으로 개발 가능한 2등급에서 보전과 복원만 허용되는 1등급으로 재평가돼 건설이 불가능해졌다. 이기대 케이블카는 사업 타당성 조사 결과 경제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분석돼 사업 추진 동력을 잃었다.
이외에도 대전은
보문산 케이블카
, 대구는
갓바위 케이블카
, 문경은 주흘산 관봉에 이르는
문경새재 케이블카
, 서울은
도봉산 케이블카
, 보령은
원산도와 삽시도를 잇는 해양관광케이블카
, 울산은
남산 은월봉 케이블카
, 강릉은
주문진 케이블카
, 군산시는 국내 최장 기록을 갱신하는 4.8km 길이의
신시도~무녀도 케이블카
등의 설치를 살펴보고 있다.

가리왕산 케이블카가 한시 운영 중인 슬로프 전경. 기존에는 평창올림픽 폐막 후 복원되어야 했으나 지역의 반대로 갈등을 빚던 끝에 기존에 설치된 케이블카를 2024년 말까지 운영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사진 우이령사람들.
3 케이블카, 환경 얼마나 파괴하나?
케이블카가 환경을 훼손한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특히 해상이 아닌 산악형 케이블카의 경우 이 점이 더 두드러진다. 케이블카로 인한 자연 훼손은 2단계에 걸쳐 일어난다. 먼저 케이블 기둥과 정류장, 기타 시설 설치로 인한 산림 훼손이 1단계, 케이블카로 인한 정상부 고지대 탐방 압력이 2단계다.
국립공원연구원이 2021년 발간한 <국립공원 삭도 운영 구간의 탐방객 이용 특성 및 훼손 영향>을 보면 케이블카가 얼마나 자연을 훼손하는지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케이블카를 운영하는 설악산, 내장산, 덕유산의 경우 시종점 일대의 환경피해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자연상태를 0등급, 훼손이 극심한 상태를 6등급으로 두고, 3등급 이하는 생태적 안정성 있는 정도, 4등급 이상은 훼손이 진행 또는 예상되는 상태로 보고 환경피해도를 추산했다

사단법인 '우이령사람들'이 진행한 가리왕산 케이블카 훼손지 야생동물 모니터링 카메라트랩에 암컷 노루가 포착됐다. 사진 우이령사람들.
보고서는 설악산국립공원 삭도 시점 일대 환경피해도는 3등급이 9,848㎡, 4등급이 8,407㎡인 것으로 추산했다. 내장산국립공원 삭도 종점 일대 환경피해도는 3~6등급이 984.4㎡이었다. 덕유산국립공원 삭도 종점 일대 환경피해도는 5등급이 5,017㎡이었다. 특히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 훼손지 1,646㎡는 토양유실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10년이 흘러도 복원된 면적은 매우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지대에 너무 많은 탐방객을 실어 나르는 것도 문제다. 연구진은 덕유산은 상부정차장에 도착한 탐방객들 대부분이 향적봉까지 방문해 주변 일대가 모두 맨땅이 된 상태라고 했다. 덕유산국립공원 자원보전과 관계자는 "그나마 현재 식생이 많이 회복된 상태"라며 "과거에는 등산로 양옆 노지에서 캠핑이나 취사, 쓰레기 투기를 하는 경우가 많아 환경파괴 문제가 심각했다"고 전했다.
그래서 덕유산 이후 건립된 케이블카들은 케이블카를 이용한 종주 등산을 최대한 지양하도록 하고 있다. 영남알프스 등산로로 연결되는 밀양 얼음골 케이블카를 탈 때 편도 요금 없이 왕복 요금만 지불해야 하는 것도 이에 따른 것이다. 애초에 인허가 조건이 왕복 요금만 받는 것이었다. 또 운영 초기에는 영남알프스 등산로 출입 자체를 막은 적도 있다. 최근 한시 운영을 시작한 가리왕산 케이블카가 상부정차장에서 중봉으로 가는 등산로를 막은 것도 같은 궤다.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시각 경관의 문제도 있다. 주변 산세에 송전탑이 많거나 직접 지나는 산은 시각적으로 예쁘게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등산 대상지로서도 기피된다. 마찬가지로 케이블카는 높은 고지대로 연결되는 특성상 더 넓은 지역에서 사람들의 시선에 거슬리게 될 수밖에 없다. 국립공원연구원이 설악산과 내장산, 덕유산 케이블카의 불량경관 면적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설악산 302만2,752㎡, 내장산 174만7,424㎡, 덕유산 693만7,782㎡ 였다.

스위스 테나마을에선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된 전기로 케이블카를 움직인다. 사진 스위스관광청.
4 케이블카와 환경이 같이 갈 순 없나?
산악관광 선진국들은 케이블카를 친환경적으로 운용하며 사업 이익의 일부를 자연 복원에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도 이러한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스위스케이블카산업협회가 <2022년 연간 보고서>에서 소개한 엥가딘 생 모리츠 지역의 케이블카 회사는 가급적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고 천연 건축 재료를 사용하며, 전기도 인근 수력발전소에서 탄소 중립적으로 생산된 것으로 공급받는다고 한다.
또 스위스 테나마을에선 전적으로 태양열로 구동되는 케이블카를 건설하기도 했다. 케이블카 사업은 아름답고 잘 보존된 자연 환경이 있어야만 성립될 수 있기에 최대한 지속 가능한 방법을 택해 생태적 가치를 보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월간산 2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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