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좋은말

꽃소식

고재순 2023. 2. 22. 17:22
꽃소식 


도종환



날이 풀리면 한번 내려오겠다곤 했지만
햇살 좋은 날 오후 느닷없이 나타나는 바람에

물 묻은 손 바지춤에 문지르며
반가움에 어쩔 줄 몰라하듯
나 화사하게 웃으며 나타난 살구꽃 앞에 섰네

헝클어진 머리 빗지도 않았는데
​흙 묻고 먼지 묻은 손 털지도 않았는데

해맑은 얼굴로 소리 없이 웃으며
기다리던 그이 문 앞에 와 서 있듯

백목련 배시시 피어 내 앞에 서 있네
몇 달째 소식 없어 보고 싶던 제자들
​한꺼번에 몰려와 재잘대는 날

내 더 철없이 들떠서 떠들어쌓는 날
그날 그 들뜬 목소리들처럼

언덕 아래 개나리꽃 왁자하게 피었네
나는 아직 아무 준비도 못 했는데

​어어 이 일을 어쩌나
이렇게 갑자기 몰려오면 어쩌나

개나리꽃 목련꽃 살구꽃
이렇게 몰려오면 어쩌나

'좋은글 좋은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부신 세상  (0) 2023.02.25
아홉 가지 기도  (0) 2023.02.22
미움과 용서  (0) 2023.02.22
당신이 보고 싶은 날  (0) 2023.02.19
오는 봄  (0) 2023.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