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 봄이 올 때
이 땅에 봄이 올 때
백목련의 도도함이나 황매화 꽃자리를
먼저 생각지 말아라.
겨우내 굳어 있던 쟁기날 깨어 일어나
갈아엎은 부드러운 흙도 흙이려니와
이 땅의 삼월 점점이 뿌려진 풀들
윤달조차 끼여 올봄 이리 더디 올 때
논둑 비탈 들불로 그슬린 잔디뿌리 더듬으며
개울가 버려진 바위 엉서리 비집으며
부들부들 몸 떨며 눈 틔우는 들풀
벌금다지나 어린 참쑥잎 황새냉이순
이 땅 저 땅 가리잖고
지금쯤 남녘 어느 얕은 산발치서 신호하여
장백산맥 근처까지 불 붙이며
뿌릴 흔들고 있을 이 땅의 크낙한 일깨움
그 푸른 빛을 당신은 올봄도 또 보잖는가.
- 도종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