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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그냥 지나요

고재순 2023. 5. 14. 10:01

봄이 그냥 지나요


김용택


올 봄에도 
당신 마음 여기 와 있어요 
여기 이렇게 내 다니는 길가에 꽃들 피어나니 
내 마음도 지금쯤 
당신 발길 닿고 눈길 가는 데 꽃피어날 거예요 

생각해 보면 마음이 서로 곁에 가 있으니 
서로 외롭지 않을 것 같아도 
우린 서로 
꽃보면 쓸쓸하고 
달보면 외롭고 
저 산 저 새 울면 
밤새워 뒤척여져요 
마음이 가게 되면 몸이 가게 되고 
마음이 안 가더래도 
몸이 가게 되면 마음도 따라가는데 
마음만 서로에게 가서 
꽃피어나 그대인 듯 꽃 본다지만 
나오는 한숨은 어쩔 수 없어요 

당신도 꽃산 하나 갖고 있고 
나도 꽃산 하나 갖고 있지만 
그 꽃산 철조망 두른 채 
꽃피었다가 
꽃잎만 떨어져 짓밟히며 
새 봄이 그냥 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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