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요즘 3040에게 봄나들이 명소로 급부상중인 '이곳'

고재순 2023. 5. 28. 14:44

봄 향기가 무르익으면 산과 들에는 노란색 분홍색 보라색 붉은색 등 겨우내 보지 못했던 화려한 색상이 더해진다.

바람을 타고 어디선가 꽃내음이 불어오고 늘 거닐던 길가 옆에는 자그만 들꽃도 고개를 내민다. 따뜻한 공기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어디로든 떠나고 싶어진다.

사진=SK텔레콤
최근 3040 사이에서 봄나들이 명소로 급부상 중인 곳이 있다. 바로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한국민속촌이다. SK텔레콤이 자사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지오비전퍼즐을 기반으로 지난해 벚꽃 시즌 동안 서울과 수도권 관광명소 방문자 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한국민속촌은 30대에서는 3위, 40대에서는 2위를 차지했다.
과연 어떤 이유에서일까. 일각에서는 30대의 방문 키워드를 ‘가족’, 40대의 방문 키워드를 ‘집주변’으로 정의한다. 30대는 가족과 나들이를 떠나기 좋은 장소, 40대는 거주지와 가까운 장소를 선택한다는 의미다. 일면 일리가 있으나, 한국민속촌의 인기를 완전히 설명하기엔 부족해 보인다.
의문이 깊어지던 차에 때마침 한국민속촌 봄 시즌 축제 진행 소식을 접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답을 찾기 위해서는 직접 발로 뛰고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제일이다. 한국민속촌 인기의 비결을 알아내기 위해 여행플러스팀이 다녀왔다.


한국민속촌의 봄은 이제부터 시작

개장시간인 오전 10시에 맞춰 한국민속촌에 도착하니, 갓 문을 연 시점임에도 주차장은 각지에서 올라온 전세버스로 가득했다. 소풍 나온 유치원생, 중고등학생들 외에도 단체관광을 온 40~50대 손님들이 많았다. 한국민속촌 측에 따르면 평일 방문객의 많은 수가 이런 단체 관광객이라고 한다.

입구 주변에 핀 꽃에 먼저 눈길이 갔다. 방문 며칠 전 봄비라고는 믿기 힘든 세찬 빗줄기에 꽃들이 져버릴까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활짝 피어있는 모습이었다. 정문으로 들어가 우선 ‘상가마을’을 둘러봤다.

사무동 관광안내소 유아휴게실 등의 건물 사이사이로 벚꽃이 만개해있었다. 점심시간 즈음 이곳에서 펼쳐지는 민속퍼레이드 ‘얼씨구절씨구야’를 보러 다시 찾았을 때는 많은 사람이 벚나무 아래 돗자리를 펴고 꽃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이날 민속촌 곳곳에서는 벚꽃 말고도 목련 매화 개나리 진달래 등 여러 꽃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앞으로 더욱 많이 피어날 토종 야생화가 기대를 모은다. 올해는 봄이 워낙 일찍 찾아왔지만, 개화 시기가 다른 꽃들보다 늦는 야생화의 특성 덕에 4월 내내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어 오히려 좋은 상황이 된 것이다.


양반가에 넝쿨터널까지, 기분이 좋아지는 마법같은 공간

상가마을 안쪽 ‘내삼문’을 지나면 조선시대로 시간 여행을 온 듯한 민속마을이 모습을 드러낸다. 마을 내 공연과 체험은 대부분 오전 11시부터 시작하기에 아직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다. 잠시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시설을 살폈다.

가장 먼저 발길을 향한 곳은 민속마을 전체에서 가장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양반가’였다. 이곳은 수원 화성 안에 실존했던 99칸 규모의 대저택을 원형 그대로 옮겨 놓았다. 솟을대문 형태의 입구부터 범상치 않았는데, 본래 솟을대문은 조선시대 고위직 관료를 지낸 이들만이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19세기 이후부터는 사회적 직위보다도 경제력이 더 크게 작용했다. 과연 이 정도 규모의 집을 짓는 주인이라면 솟을대문을 택했을 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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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올라 문 앞에 서자 그림 같은 광경이 펼쳐졌다. 넓은 마당과 행랑채 너머로 뒷산에 흐드러지게 핀 꽃들이 병풍처럼 늘어선 모습에 절로 감탄이 나왔다. 매일 집에 들어갈 때마다 이런 광경이 펼쳐진다면 어떨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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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왕을 제외한 민간인이 지을 수 있던 최대 크기인 99칸을 자랑하는 가옥답게, 행랑채. 사랑채, 바깥사랑, 정원과 내당, 사당, 외별당 등을 얼추 둘러보는 데만도 시간이 꽤 걸렸다. 이곳은 각종 방송사의 사극 촬영지로도 사랑받는 공간이다. 구성과 규모, 재현까지 어느 하나 빠지지 않아 확실히 인기가 많을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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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교에서 바라본 풍경
양반가를 나와 앞쪽에 있는 목교로 향했다. 양옆으로 늘어선 색색의 등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좋아 보였다. 실제로 야간개장 시간에 평석교와 함께 가장 인기 있는 포토존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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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교를 건너면 울릉도 민가 공터가 있다. 강가 주변으로는 벚나무가 자라고 그 반대편 ‘막넝쿨길’에는 민속촌을 찾은 사람들의 소원이 적힌 장식품이 주렁주렁 걸려있었다. 가족의 행복과 건강을 비는 문구부터,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이 가득 묻어나는 소원까지 여러 사람이 남기고 간 마음 조각들에 가슴이 따뜻해지는 공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