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에서 “양성종양이 발견됐다”는 말을 종종 듣곤 한다. 이 말을 들으면 혹시 암이 아닐까 하고 겁부터 덜컥 난다. 양성종양은 무엇이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혹, 결절, 낭종, 용종은 모두 양성종양
양성종양은 ‘혹’ 또는 ‘결절’이라고 부른다. 결절은 혹과 비슷하다. 낭종, 지방종, 용종 등은 양성종양을 성격에 따라 나눈 세부 분류이다. 낭종은 안에 물이 차 있는 주머니 형태의 양성종양이다. 난소나 자궁에 많이 생긴다. 물혹이라고도 하는데, 의학용어는 아니다. 용종은 입에서 항문까지의 소화기관 등 둥글거나 긴 주머니(기관) 안쪽에 생긴 결절을 일컫는다. 용종은 과형성성 용종, 선종, 점막하종양 등이 대표적이다. 과형성성 용종은 점막 위의 상피세포가 튀어나온 것이다. 선 조직에 생기는 선종은 암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 점막하종양은 상피하층에 있는 근육이나 지방 등에서 생기는 것이다. 지방종은 지방으로 된 혹, 혈관종은 혈관 조직으로 이뤄져서 피부 표면에 퍼렇게 드러나는 혹이다. 1cm 이하인 지방종, 혈관종, 낭종 등은 주변 조직에 흡수돼 없어질 수도 있다. 낭종은 안의 물을 빼는 시술로 크기를 줄이기도 하는데, 약간의 흔적은 남는다.
1. 양성종양은 무엇이며 왜 생길까
“종합검진 받는 사람의 80%가 양성종양 있어”
양성종양은 우리 몸에 생기는 혹 중 악성(암)이 아닌 모든것을 지칭한다. 양성종양은 누구에게나 흔하게 생긴다. 장기는 물론 근육·뼈·신경·림프절 등 우리 몸 곳곳에서 자란다. 종합건강검진을 받는 성인 10명 중 8명 정도는 크든 작든 하나 이상의 양성종양이 나온다고 한다. 양성이라도 몸에서 혹이 발견되면 겁을 내는데, 문제가 생길 만한 양성종양은 따로 있으므로 무조건 겁낼 필요는 없다.
양성종양이 생기는 이유
유전적인 문제로 생기는 신경섬유종과 고지방식 등이 원인인 대장용종처럼 원인이 밝혀진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왜 생기는지 모른다. 신체 어느 부위에서도 생길 수 있고, 종류는 100가지가 넘는다. 근육에 생기면 근종, 선(線) 조직에 생기면 선종, 점막 조직에 생기면 용종이라고 부른다. 피부에 생기는 지방종과 피부낭종이 가장 흔하다. 점이나 사마귀도 양성종양의 하나다.
대부분 문제없지만, 일부는 절제해야
대부분의 양성종양은 증상이 없고, 크기가 커지지 않으며, 건강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뗄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일부는 절제해야 한다. 호르몬을 분비하는 기관에 생기거나, 크기가 너무 커서 주변 조직을 압박하는 양성종양이 대표적이다. 양성종양이 발생한 장기의 종류나 모양 등에 따라 암이 숨어 있거나 암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기도 하다. 이런 경우에도 반드시 떼야 한다.
양성종양은 진단·치료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성격이 애매한 양성종양이 생기면 반드시 큰 병원에서 정확한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암은 치료법과 예후를 판단하기 위해 진행 상황에 따라 1~4기로 나누지만, 양성종양은 혹이 한번 생기면 더 이상 자라지 않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 치료 예후가 좋아서 굳이 병기를 나누지 않는다.
2. 바로 떼야 하는 양성종양 & 지켜봐도 되는 양성종양
바로 떼야 하는 양성종양
췌장
췌장에 생기는 혹은 악성과 양성의 구별이 어려워 대부분 암 예방 차원에서 떼어낸다. 일반적으로 크기가 2cm보다 크거나 그보다 작아도 계속 자라거나, 종양 안에 알갱이가 들어 있으면 수술한다. 췌관내유두상종양 경우는 췌장암으로 발전하기 때문에 절제해야 한다.
담낭
담낭은 액체 성분이고 복부 깊숙한 곳에 있어서 조직검사를 하기 어렵다. 그래서 이곳에 생긴 종양은 양성인지 악성인지 애매하면 일단 잘라낸다. 발견 당시 크기가 1cm 이상이면 암이거나 암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제거한다. 이보다 크기가 작아도 50세를 넘은 사람은 암 예방 차원에서 없애는 게 좋다.
호르몬 기관
호르몬을 분비하는 기관인 부신·뇌하수체·부갑상선에 생기는 양성종양은 떼어낸다. 그냥 두면 종양에서 호르몬이 분비돼서 우리 몸의 정상적인 호르몬 균형을 깨뜨린다. 부신의 양성종양에서 부신피질자극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쿠싱증후군에 걸린다. 뇌하수체종양은 무월경을 유발한다. 부갑상선종양 때문에 부갑상선호르몬 분비가 증가하면 석회화가 나타난다.
대장
대장내시경에서 발견되는 용종은 모두 뗀다. 대장용종의 60~70%는 5~10년 뒤 암으로 가는 선종이다. 용종은 재발을 잘 하기 때문에 3~5년마다 정기검진을 받아야 한다.
뼈
뼈에 생기는 양성종양인 거대세포종은 폐 등으로 전이돼 목숨을 빼앗을 수 있다. 종양이 있는 부위를 아예 잘라내는 것이 근본 치료다. 수술 후 인공관절이나 골이식 등을 해야 한다.
종격동
흉곽 내부 공간을 종격동이라고 한다. 종격동에 있는 신경, 림프절에 양성종양이 잘 생긴다. 종격동 종양이 생기면 기침, 흉통, 호흡곤란, 근무력증 등을 겪는다. 종양이 기도, 식도, 대혈관으로 침범하면 사망할 수도 있다. 악성으로 변할 수 있으므로 수술로 제거해야 한다.
경과를 관찰하는 양성종양
갑상선
갑상선 결절은 크기로 치료 방침을 결정한다. 0.5cm 미만이면 1~2년에 한 번씩 경과 관찰만 한다. 0.5cm 이상이고 초음파검사에서 암 의심 소견이 나오면 조직검사를 한다. 결절의 크기가 4cm 이상이거나 결절의 종류가 여포성 종양이면 갑상선 자체를 들어내야 한다. 양성결절이라도 크기가 이보다 크면 암이 숨어 있을 확률이 높다.
유방
유방종양은 크기보다 모양을 본다. 유방종양은 유방 초음파검사나 맘모그램 촬영을 통해 양성과 악성을 비교적 정확하게 구별할 수 있어, 예방적 차원의 수술을 하지 않는다. 단, 종양이 커지면 조직검사로 암 여부를 판단한다.
간
간의 낭종(물혹)은 악성으로 바뀌거나 크기가 커지지 않으므로 치료하지 않는다. 낭종이 주변 장기나 혈관을 압박하거나, 종양 안이 울퉁불퉁하고 여러 공간으로 나눠져 있으면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잘라낸다.
신장
초음파나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로 양성과 악성의 정확한 구별이 가능하다. 조직검사는 거의 하지 않는다. 신장 양성종양 역시 악성화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은 떼지 않고 6개월~1년마다 관찰만 한다. 물혹 안이 벌집 모양의 공간으로 나눠져 있거나 딱딱한 결절이 있으면 수술을 고려한다. 신장은 양성종양을 뗄 때 신장 자체도 같이 떼야 한다. 단, 신장 표면에 생긴 작은 물혹은 부분 절제할 수 있다.
자궁
근종으로 인한 증상이나 합병증이 없으면 절제하지 않고 1년마다 경과를 관찰한다. 근종이 계속 자라거나 생리통, 생리과다, 부정출혈 등의 증상을 일으키면 제거한다.
3. 양성종양과 암 어떻게 구별할까
양성종양과 암 구별법
양성종양과 악성종양은 일반적으로 네 가지 기준을 통해 구별할 수 있다. 첫째, 양성종양은 대체로 말랑말랑하고 암은 딱딱하다. 둘째, 양성종양은 천천히 자라지만 암은 빨리 자란다. 셋째, 양성종양은 경계가 분명하다. 뾰루지나 점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반면, 암은 경계가 불분명해서 눈이나 손으로 어디까지 암이고 어디부터 정상 조직인지 확정하기 힘들다. 넷째, 양성종양은 다른 장기로 전이되지 않지만 암은 전이된다.
이 중 가장 중요한 조건은 전이 여부다. 양성종양은 겉에 피막이 형성돼 종양이 주위 조직으로 서서히 퍼져 들어가지 않는 반면, 암은 피막이 없어서 주위 조직이나 먼 곳까지도 세포가 퍼져나가 새로운 종양을 만든다. 성장 속도나 모양만으로는 양성과 악성을 구별할 수 없다. 자궁근종 등 지름이 10cm 이상 크게 자라도 암이 아닌 양성종양도 있다. 갑상선암이나 신경내분비종양처럼 자라는 속도가 느린 암도 적지 않다.
‘경계성종양’은 양성과 악성 특성 모두 가져
경계성종양은 암 보험 가입 조건에 많이 나온다. 악성종양이 아닌 모든 종양을 양성종양이라고 부르는데, 양성과 악성 두 가지 특성을 모두 가지는 예외적인 경우가 경계성종양이다. 양성종양이 악성종양으로 변하는 진행성 종양과는 달리, 경계성종양은 독립된 질환이다. 난소경계성종양이 가장 흔하다. 경계성종양은 ‘암의 전단계’와 가장 헷갈린다. 예를 들면, 유방·자궁 상피내암이나 대장점막암은 암의 0기이다.
그러나 경계성종양은 처음부터 암세포를 가지고 있지만 나중에 악성종양으로 변할지, 점막 안에 가만히 머물면서 우리 몸에 해를 끼치지 않을지 예측할 수 없다. 그래서 경계성종양을 발견하면 수술로 깨끗이 절제해 내야 한다. 수술 예후는 좋은 편이다. 난소경계성종양의 경우, 수술하면 10년 생존율이 90~95%이다. 다만, 경계성종양도 병기가 있어서 1기를 넘어가면 재발률과 사망률이 높아진다.
4. 양성종양 ‘비수술’ 치료법
양성종양을 떼어내야 하는 경우에는 주로 수술을 시행했는데, 최근에는 비수술적 양성종양 치료법이 많이 등장했다.
고주파
갑상선결절의 크기가 크거나 빨리 자랄 때 고주파를 이용해 치료한다. 갑상선암에는 적용할 수 없다. 종양만 없애는 고주파 시술을 하면 종양 주변에 남아 있던 암세포가 림프절로 전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굵기 1mm 내외의 바늘을 종양까지 찔러 넣고 고주파 전류를 흘리면 100℃ 까지 올라가는 고열이 발생해 결절을 지져 없앤다. 시술 중에는 냉각장치를 틀거나 얼음찜질을 하기 때문에 환자는 뜨거움을 거의 느끼지 않는다. 시술은 한 시간 안에 끝나고, 일상생활도 바로 할 수 있다. 시술후 일시적인 통증이나 출혈이 생길 수 있다. 이 시술의 가장 큰 합병증으로 알려진 목소리 변화는 국내 의료계에는 보고된 적이 없다.
MR-HIFU
크기가 5~15cm 사이인 자궁근종은 외과적 수술 대신 고강도집속 초음파술(HIFU)로 치료할 수 있다.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시술 부위를 보면서 고강도 초음파를 쏘아 종양을 태워 없앤다. 이 시술을 한번 받은 자궁근종 환자의 6개월·1년·3년 뒤 근종 크기 감소율이 각각 60~90%에 가까웠다는 해외 연구결과가 있다. 마취가 필요 없을 정도로 시술 중 통증이 거의 없으며, 시술받고 나서 이틀 안에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시술받는 사람 100명 중 서너 명 정도가 치료 부위에 1도화상을 입는 부작용을 겪는다.
방사선
양성 뇌종양인 뇌수막종·청신경종·혈관종에 쓴다. 이런 종양이 자라서 뇌조직·청신경·시신경 등을 압박하거나 손상시킬 것으로 판단되면 수술로 떼어내야 한다. 그러나 수술 중 신경을 건드릴 가능성이 크거나 당뇨병, 고혈압, 폐기능 저하 등 때문에 외과적 수술을 받기 어려우면 방사선 치료를 한다. 방사선 치료 목표는 세포를 죽여서 종양이 더 자라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방사선 치료 한 번으로 양성종양을 모두 없애기는 어렵지만, 이 치료를 한 번 받으면 대부분 종양이 작아지거나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
큰 유방 양성종양, 젊은 여성에 많아
큰 유방 양성종양은 나이 든 여성보다 오히려 젊은 여성에게 많이 생긴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 20대 초반의 젊은 여성은 자가 검진이나 병원 검진 등을 잘 안 받기 때문에 종양이 커진 이후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유방에 양성종양이 있는 사람은 양성종양이 없는 사람에 비해 유방암 위험이 높고, 양성종양이라도 시간이 지나 크기가 커지면 나중에는 유방을 도려내는 등 큰 수술이 필요할 수 있으므로 초기에 관리해야 한다.
양성종양 막는 생활습관은?
대장용종은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붉은색 육류를 덜먹는 식사습관 등으로 억제할 수 있다. 하지만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다른 양성종양은 예방법이나 관리법이 딱히 없다. 담배를 줄여 폐암을, 술을 줄여 간암을, 담배와 짠 음식을 줄여 위암을 예방하듯, 해당 부위의 양성종양도 이렇게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특별한 관계가 없다. B형·C형 간염 환자는 간암 위험이 크듯 양성 간종양도 많이 생기는 것으로 오해하지만, 이역시 상관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한희준 헬스조선 기자 hj@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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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말 심수정(을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조재영(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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