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스크랩] 철거촌 쓰러져가는 선술집 한 귀퉁이에서 ` 비나리`

고재순 2013. 10. 7. 18:18

금요일. 토요일 양일간에 걸쳐서 서울에서 강의를 했습니다.

두 강의 모두 뒷풀이도 했습니다.

여기서 절제된 몸은 그곳의 환경에 적응하려고 불족발부터 닭발 오삼불고기와 장수막걸리까지.

다음날 설사를 했습니다. 설사를 해도 좋았습니다.

연두농장의 추억이 상기되는 텃밭야외에서. 철거촌의 쓰러져가는 구석진 선술집에서, 고뇌하는 사람들의

진솔한 냄새를 맡았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청량한 인연들이었습니다. 

청량한 인연들의 청량음료와는 별도로 개울가 둑방 한켠에서 소리없이 흘러내리는 것도 있었습니다.

 

 

그것으로 인해 제 가슴 한 켠에는 가슴저림이 남아 있었습니다.

자신이 살아가고픈 삶을 뒤로 하고, 짊어지지 않으면 그것대로 너무 힘겨울 것 같아서 다시 짊어진 것.

"내 몫까지 자유롭게 살아주소"

가슴이 아팠습니다. 바늘로 긁어내는 듯한 아픔이 어제 오늘 오전 내내.

 

           여 승 / 백석

 

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의 어느 산 깊은 금덤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 어린 딸아이를 때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꿩도 섧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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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이디가 bikkunia 입니다.

이 아이디는 위 백석 시인의 시 '여승'을 말합니다.

그 여인네의 향취가 내내 심장을 어루만지고 있었습니다.

오후 집에 돌아와서 수확한 고추와 감을 다듬으면서.

저절로 성스럽게 다듬어지면서.  

가슴 아픔은 사라지고 멀리 연한 황금빛이 하늘틈 사이에서 몰려왔습니다

 

   산 비/ 백석

 

산뽕잎이 빗방울이 친다

멧비둘기가 난다

나무 등걸에서 자벌기가 고개를 들었다 멧비둘기 켠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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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맞지 않으려고 날아가는 저 맷비둘기를 자벌기가 부러운가 보다.

비를 맞으며 날아가는 맷비둘기를 보고 있는 자벌기를 맷비둘기가 뒤돌아서 바라본다.

그래 너는 날아가고. 나는 여기에 있어야지.

우리는 그렇게 각자의 주어진 몸 대로 살아간다.

너는 날아가면서 살아가고 나는 여기서 살아간다.

너의 날개는 천근이나 무거웁다는 것을 안다. 날개짓이 힘겨웁다는 것을 안다. 

너의 몸은 새털처럼 가볍다는 것을 안다. 가벼운 몸이 빗방울 반동으로 잎에서 떨어질지도 몰라..

너는 나를 그리워하고 너의 몸을 입고, 나의 마음을 안고.

나는 너를 그리워하고 나의 몸을 입고, 너의 마음을 안고.

 

 

이제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늙어간다는 것을.

왜 할머니들 옷들은 울긋불긋한 옷들인지...의아했었는데

내가 울굿불긋한 색깔이 눈에 들어오고

그냥 술 한잔의 먹고 다같이 부를 때나 트로트였는데

듣는 것도 트로트 노래가 좋아졌습니다.

그래도 심수봉의 목소리보다 남진의 목소리가 좋고

남진의 목소리보다 저 위의 포멘의 목소리가 아직 좋습니다.

 

요즘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 노래들

오늘은 갑자기 이 노래가 가슴 안으로 깊숙이 들어왔습니다.

너무 빤한 가사지만.

하지만 너무 진솔한 가사로.

'비나리'

그 간절한 마음이 내 가슴에 부딪혔습니다.

언제나 같은 언제나 새로운.

언제나 끊임없이 다시 시작하면서.

 

이 노래를 '자유의 삶의 몫으로' 드립니다.

 

        비나리

 

큐피트 화살이 가슴을 뚫고

사랑이 시작된 날

또다시 운명의 페이지는 넘어가네

 

나 당신 사랑해도 될까요

말도 못하고

한없이 애타는 나의 눈짓들

세상이 온통 그대 하나로

변해 버렸어

 

우리 사랑 연습도 없이

벌써 무대로 올려졌네

생각하면 덧없는 꿈일지도 몰라

꿈일지도 몰라

 

하늘이여 저 사랑

언제 또 갈라놓을 거요

하늘이여 간절한 이 소망

또 외면할거요.

 

예기치 못했던 운명의 그 시간

당신을 만나던 날

드러난 내 상처 어느새 싸매졌네

 

나만을 사랑하면 안 될까요

마음만 달아올라

오늘도 애타는 나의 몸짓들

따사로운 그대 눈빛 따라 도는

해바리기처럼

 

사랑이란 작은 배 하나

이미 바다로 띄워졌네

생각하면 허무한 꿈일지도 몰라

꿈일지도 몰라

 

하늘이여 이 사랑 다시 또

눈물이면 안 돼요

하늘이여 저 사람 영원히

사랑하게 해줘요

오 사랑하게 해줘요.

 

 

 

 

 

 

출처 : 연두자립마을
글쓴이 : 단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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