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밥상

말린도토리묵잡채'

고재순 2017. 11. 23. 10:33


<정재덕 셰프의 사계절 건강 밥상>쌉싸름·담박한 잡채.. 칼로리 걱정없이 호로록∼'말린도토리묵잡채'



열량 적고 수분 함량 80%

포만감 높아 다이어트에 딱

쫄깃쫄깃해서 씹는 재미도

말린 도토리묵 20분간 삶아

찬물에 헹구고 물기 쏙 빼야

도토리묵 볶다가 채소도 함께

가을과 초겨울 무렵 등산을 가거나 숲길을 산책하다 보면 도토리가 종종 눈에 띈다. 매끄럽고 단단한 갈색빛 열매가 참 탐스럽다. 다람쥐가 도토리를 먹고 있는 모습도 우연히 마주치곤 하는데, 그때마다 동물들의 겨울 식량을 함부로 가져오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람쥐와 청설모의 먹이가 부족해지면 먹이사슬 균형이 깨진다고 해서 도토리를 주워 오지 말자는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은 인식이 부족한 탓에 도토리묵을 쑤어 먹으려고 도토리를 한가득 주워 오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의 도토리에 대한 사랑은 유별나다.

도토리를 식재료로 이용하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거의 없다. 예전에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지에서 빵·과자 대용으로, 일본에서 떡과 죽을 만들 때 사용했다고 하는데, 현재 활발하게 이용하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다. 아마도 도토리의 떫은맛과 복잡한 손질, 독소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선입견과 기우 탓이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도토리를 식용으로 이용하기 시작한 것은 신석기시대로 추정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토리 이용 유적이 울산 세죽 해변에서 발견됐는데, 도토리 저장고로 추정되는 장소가 물가에 있다. 도토리의 떫은맛을 내는 탄닌 성분을 물에 넣어 없애기 위해 물가에 저장고를 두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추측이다.

역사상으로 도토리는 우리 민족에게 훌륭한 식량자원이었다. 조선왕조실록 세종 1년에 ‘흉년에 대비해 구황(救荒)식품으로 도토리와 명아주 등 먹을 수 있는 풀, 나무, 뿌리, 줄기, 잎사귀들을 준비하도록 했다’는 기록이 있다. 도토리를 흉년의 대체 식량으로 사용한 기록은 조선왕조실록에만 모두 35회에 달한다.

도토리는 전쟁에 대비한 중요 비축물자이기도 했다. 조선 시대에는 마을마다 관청에 상납해야 하는 의무 할당량이 있어서 백성들이 추수를 마치면 산에 가서 도토리를 줍는 것이 빼놓을 수 없는 연례행사였다. 성종실록에 도토리를 각 고을의 군자창에 쌓아 두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던 도토리는 성분과 효능 면에서도 우수한 건강 식재료다. 도토리 속의 아콘산은 피로 및 숙취 해소에 좋고 체내 중금속 등 유해물질을 몸 밖으로 배출해준다. 도토리의 탄닌 성분은 활성산소를 제거해 각종 세균과 바이러스를 막아주며 위장을 보호해 심한 설사도 멈추게 한다.

우리 조상들은 도토리를 여러 형태의 음식 재료로 사용해 왔다. 여름에 시원하게 먹는 도토리묵사발, 도토리 가루를 넣어 만든 도토리전, 도토리수제비, 도토리국수 등 다양하다. 이 중 가장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요리는 단연 도토리묵이다. 탱글탱글한 식감에 도토리 특유의 향과 맛이 더해져 팬 층이 두텁다.

젤 형태의 쫀득쫀득한 묵은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전통음식이다. 곡식이나 나무 열매 등을 물에 불려 갈아서 앙금을 내어 윗물은 버리고, 가라앉은 앙금을 말려 가루를 낸 다음 물과 함께 풀 쑤듯이 쑤어 식혀 만든다. 도토리묵, 메밀묵, 녹두묵, 청포묵 등 재료에 따라 다양하게 만들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수분 함량이 80% 이상이며 열량이 적고 포만감을 주어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유용하다.

도토리묵은 연한 갈색으로 손으로 눌렀을 때 하늘하늘 탄력이 있고 살짝 두드리면 탱탱한 것이 좋다. 보통은 도토리묵에 갖은 채소와 양념장을 넣어 무쳐 먹지만, 이 묵을 말려서 조리하면 좀 더 색다른 별미 묵요리가 된다.

이번에 소개하는 말린도토리묵잡채는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잡채 요리의 응용판이다. 당면 대신 말린 도토리묵을 주재료로 하여 갖은 채소와 양념을 넣어 잡채를 만드는 것이다. 탱글탱글한 도토리묵과는 달리, 말린 묵을 요리에 사용하면 쫄깃쫄깃 씹는 식감이 먹는 재미를 더하고 보다 담백한 맛을 즐길 수 있다. 겨울철 가족 별미로 또는 손님 특별식으로 내놓기에 더없이 좋은 건강식이다.

한식당 다담 총괄·사찰음식 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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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2인분 기준)

말린 도토리묵 100g, 당근 1/6개(30g), 청고추 1개, 홍고추 1개, 표고버섯 2개, 미나리 반 줌(25g), 들기름 1작은술, 양파 1/6개, 대파 1/4개, 깨소금 1/2작은술, 양념(설탕 1큰술, 물 8큰술, 양조간장 2큰술, 물엿 1/2큰술, 들기름 1/2작은술, 마늘 1/4작은술, 다진 대파 1/4작은술)

만드는 법

1. 말린 도토리묵을 끓는 물에 20분간 삶아준다.

2. 삶은 도토리묵은 찬물에 헹궈서 물기를 빼준다.

3. 그릇에 양념 재료들을 모두 혼합해 도토리묵을 잠시 재워둔다.

4. 채소는 깨끗하게 세척한 후 당근, 대파, 청고추, 홍고추는 어슷하게 썰고, 미나리는 4㎝로 썰어준다.

5. 버섯은 밑동을 제거하고 슬라이스 해준다.

6. 냄비에 들기름을 넣고 다진 마늘을 볶은 다음, 양념에 재워둔 도토리묵을 넣고 함께 볶아준다. 양념이 조금 남았을 때 다른 채소들을 모두 넣은 후 볶는다.

7. 접시에 담아 위에 깨를 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