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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혈관 건강의 적신호, 발기부전

고재순 2017. 11. 29. 12:00



심근경색 진단 환자 70%, ‘고개 숙인 남성’ 이미 겪어

[장성현 기자 jacksoul@msnet.co.kr] 대기업에 다니는 C(36) 씨는 한동안 말 못할 고민을 품고 살았다. 남들 보기에 번듯한 직장을 다녔고, 미모의 직장 동료와 결혼했지만 잠자리만큼은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스트레스 탓으로 여긴 C씨는 인터넷을 뒤져 몸에 좋다는 온갖 음식과 약을 구했고, 심리적인 안정도 찾으려 했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우울감에 시달리던 C씨는 병원에서 당뇨병과 고혈압, 고지혈증 등이 심각하다는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와 금연, 운동 등을 병행한 후에야 원만한 부부관계를 가질 수 있었다.

발기부전은 심혈관 건강의 적신호다. 발기는 확장된 음경 혈관으로 혈액이 모여 빠지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그러나 혈관이 막히거나 딱딱해져 혈액이 제대로 유입되지 않으면 발기부전이 된다. 실제로 심근경색 진단을 받은 환자 중 70%는 평균 38.8개월 전에 발기부전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혈관 질환으로 이어지는 전조

음경은 평소에는 아주 적은 양의 혈액이 흐르다가 필요한 경우 많은 양의 혈액이 들어와 높은 압력을 유지한다. 이때 음경 혈관에 충분한 혈류가 유입되지 못하면 발기부전이 된다. 발기부전은 성생활에 충분할 정도의 발기가 되지 않은 기간이 3개월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성관계가 가능할 정도로 발기한 경우가 절반 이하이거나, 관계 중에도 발기 상태가 끝까지 유지되지 못한 횟수가 절반이어도 발기부전일 가능성이 높다.

발기부전은 남성 건강의 지표다. 실제로 발기부전 남성은 건강한 남성에 비해 심혈관질환 위험은 48%, 뇌졸중 위험은 35%가 높다. 발기부전 환자 중 30%는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중등도 또는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특히 중등도 이상의 발기부전 환자는 심장마비가 나타날 위험은 정상인에 비해 3.5배나 높고, 증상이 없는 허혈성심장질환이 발견될 가능성도 20~30%를 웃돈다.

우리나라의 발기부전 환자는 230만 명으로 추정된다. 40세 이상 남성 10명 중 4명은 발기부전을 호소한다. 연령대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학업, 취업 등 각종 스트레스에 음주, 흡연, 운동 부족 등 나쁜 생활습관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땀이 흐를 정도의 유산소 운동 도움

발기부전의 치료법은 약물요법과 주사치료, 음경보형물 삽입술 등이 있다. 초기 증상이라면 먹는 약물로도 크게 호전될 수 있다. 약물은 지속시간이나 용법, 용량에 따라 필요한 경우에 먹거나 매일 복용하는 방식으로 구분된다. 먹는 약물에도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우려된다면 음경해면체 내 주사 요법을 고려할 수 있다. 갱년기 환자라면 남성호르몬을 보충해도 성기능 개선 효과가 있다.

약물이나 주사 요법이 효과가 없으면 음경에 보형물을 삽입하는 방법도 있다. 대표적인 보형물로는 펌프 등을 삽입해 원할 때마다 사용하는 팽창식과 평소에는 구부려뒀다가 필요할 때 펴서 사용하는 굴곡형 등이 있다.

발기부전은 식이 조절과 운동 등 생활습관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고혈압`당뇨, 고지혈증, 비만 등 만성질환은 발기부전의 위험인자다. 땀이 흐를 정도의 유산소 운동은 혈류량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고, 혈관 기능을 떨어뜨리는 흡연은 반드시 중단해야 한다. 적당한 음주는 긴장을 풀어주고 혈액순환도 증가시키지만 과음은 건강을 해치는 독이 된다.

신홍석 대구가톨릭대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과일, 채소, 견과류, 미정제 곡물, 생선을 충분히 섭취하고, 체중 조절을 해야 한다”면서 “모든 발기부전은 치료가 가능하므로 의지만 있다면 만족스러운 성생활을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신홍석 대구가톨릭대병원 비뇨기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