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길
숲길
숲을 걷는 사람의 마음
바로 지금 숲 속이나 들판을 걷는 것만큼 건강에 좋고 詩的인 것은 없다. 아무와도 마주치지 않을 땐 더욱 그렇다. 걷기만큼 나의 기운을 북돋워 주고, 침착하고 바람직한 생각을 불러일으켜 주는 것은 없다.
그러나 거리나 사회 속에서는 나는 늘 보잘 것 없는 존재로 위축되어 말할 수 없이 초라해진다. 하지만 외딴 곳에 떨어져 있는 숲이나 들판 혹은 토끼가 자취를 남기고 지나간 풀밭 위에 홀로 있으면, 나는 정신이 맑아지면서 다시 한 번 당당해지고 쓸쓸함이나 고독까지도 나의 절친한 벗으로 다가온다. 내 경우에는 이것이 기도를 하는 것만큼이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마치 향수병에 걸려 고향으로 돌아가듯 내 고독한 숲길을 걷게 된다. 도시에서 벗어나 바위와 나무와 풀로 덮여있는 고독하고 고요한 자연 속을 걷다보면, 부질없는 생각들은 사라지고 주위가 웅장하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우연히 들어간 숲 속 빈터에 있으면 마치 유리창을 열고 그 앞에 서있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나는 주위를 살핀다. 자연의 이 고요와 고독과 야성은 자연의 발한제처럼 내 지성을 샘솟게 한다. 나는 바로 이런 것을 얻기 위해서 이곳에 왔다.
자연 속에서는 항상 위엄있고 침착하고 영원하면서도 무한히 우리 힘을 북돋워 주는 그 무엇이 있다.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친구와 만나 걷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든다. 그러면 마침내 내 신경은 안정되고 감각과 마음은 제 자리를 찾는다. 나에게는 이런 걷기야말로 신선한 삶에 자양분이 되는 활동으로 느껴진다. 내게는 더할 나위 없이 유쾌한 일이다.
솔직히 자연 속에선 돈도 통하지 않는다. 나는 자연의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도 사랑하고 찬양한다. 하나하나 그 의미를 새기면서 풍경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나는 여기에 속한 모든 창조물들을 일일이 기억하고 싶다. 이렇게 해서 나는 속세의 때를 씻어낸다.
나는 다른 동물들을 보통사람들처럼 짐승으로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들처럼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에 더 마음이 끌린다. 그들은 적어도 자만하거나 거드름을 피우거나 어리석지 않다. 약간의 결점이 있은들 어떠랴. 사람이 숲 속에 나타나면 나의 요정들은 어김없이 도망쳐버린다. 그렇더라도 숲 속에서는 다른 그 무엇을 주고도 얻을 수 없는 귀한 친구를 얻을 수 있다.
들과 숲은 내가 살면서 온전히 숨쉬는 곳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서명을 남긴다. 이 곳은 나의 전부이며 바로 나 자신이라고.
<소로우의 일기>중 한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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