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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0대 8%가 '증상없는 뇌경색' 겪는다

고재순 2019. 6. 23. 14:05

권형민 보라매병원 교수팀 연구
작은 뇌혈관 일부 막히더라도
중요한 부위 아니라 '무증상'
자신도 모르게 겪고 지나가
대사증후군 있으면 1.75배 위험
뇌졸중·치매 등으로 악화될수도
혈압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운동·금연 등 생활습관 바꿔야
증상을 못 느끼는 소규모 뇌경색으로 뇌조직이 괴사해 구멍이 뻥 뚫린 뇌 자기공명영상(MRI) 영상(왼쪽 사진의 4개 화살표), 오른쪽 사진의 좌우 타원 안쪽 흰 점들은 소혈관 질환으로 인한 확장성 혈관주위 공간으로 뇌경색 위험을 높인다. /사진제공=서울시보라매병원
[서울경제] 우리나라 50~60대 연령층의 8%가 자신도 모르게 소규모 뇌경색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뇌 소혈관(직경 0.05~0.5㎜의 미세혈관)이 국소적으로 막혀 직경 0.3~1.5㎝의 뇌가 괴사하는 사고가 일어났지만 중요한 운동신경 부위가 아니어서 증상을 못 느끼고 넘어간 ‘무증상 뇌경색(silent brain infarct)’이다.

특히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 성인병이 생기기 직전인 대사증후군 단계라면 무증상 뇌경색 위험이 1.75배까지 높았다. 무증상 뇌경색은 증상을 느끼는 뇌졸중(뇌경색과 뇌출혈)이나 치매 등 심각한 뇌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다.

또 육류 등 고단백 음식을 자주 먹으면 콜레스테롤과 함께 혈관벽에 ‘지방질 혹(죽종)’이 잘 생기게 만드는 호모시스테인의 혈중 농도가 높아져 무증상 뇌경색 같은 뇌 소혈관질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혈압관리 제대로 안 해 서양인보다 ‘뇌 소혈관 사고’ 잦아=서울대병원 운영 서울시보라매병원의 권형민 신경과 교수팀이 박진호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과 연구한 결과다. 권 교수팀은 2006∼2013년 서울대병원 건강증진센터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50~60대 성인 3,165명의 뇌 자기공명영상(MRI), 자기공명혈관조영술(MRA) 검사결과와 대사증후군·비만 여부 등을 비교 분석했다. 뇌졸중 병력이 없고 신경학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이다.

연구결과 8%에 해당하는 262명(평균 64세, 57~69세)의 뇌 영상에서 무증상 뇌경색을 겪은 흔적이 확인됐다. 무증상 뇌경색을 겪은 뇌 부위는 구멍이 뚫린 채 뇌척수액으로 채워져 있어(열공성 뇌경색) 뇌영상에서 쉽게 구분된다. 이들의 평균 수축기 혈압(130㎜Hg)과 이완기 혈압(77㎜Hg), 공복혈당(94㎎/dL), 혈중 중성지방(108㎎/dL)은 무증상 뇌경색을 겪지 않은 나머지 2,903명(평균 56세, 50~62세)보다 높았다.

연구팀은 이들을 대사증후군·비만 여부에 따라 4개 군(대사증후군·비만 동반, 대사증후군이지만 비만하지 않음, 비만하지만 대사증후군 없음, 대사증후군·비만 없음)으로 나눠 무증상 뇌경색 유병률과 위험도를 분석했다. 그 결과 대사증후군이 있으면 대사증후군·비만이 없는 군보다 무증상 뇌경색 위험이 1.75(비만)~1.65배(비만×) 높았다. 반면 비만하지만 대사증후군이 없는 그룹에서는 무증상 뇌경색 위험과 뚜렷한 연관성이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 결과는 국제 비만학회지(International Journal of Obesity)에 발표됐다.

권 교수는 “대사증후군이 무증상 뇌경색의 독립적 위험인자라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무증상 뇌경색을 겪은 경우 멀쩡해 보이고 비만하지 않더라도 뇌졸중·치매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혈압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규칙적인 운동, 금연, 술을 절제하는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 50~60대 연령층은 서양인에 비해 높은 혈압에 취약한 뇌 소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사고가 잦은 편”이라며 “혈압이 높아도 약을 제대로 먹지 않거나 나쁜 생활습관을 고치는 데 소홀한 분들이 많은 게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30세 이상 26%, 60세 이상 39%가 대사증후군=뇌경색은 뇌혈관이 막혀 뇌세포로 산소·영양분을 실어나르는 혈액이 공급되지 못해 신체마비, 감각이상, 언어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증상이 한 번 나타나면 완치가 어렵고 치료 후에도 후유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대사증후군은 복부비만, 정상보다 높은 혈압·혈당·혈중 중성지방, 혈액 속 지방 배출을 돕는 몸에 좋은 고밀도(HDL) 콜레스테롤 저하 중 세 가지 이상에 해당하는 경우다. 우리 몸이 신진대사를 유지하는 데 문제가 생겼지만 아직 고혈압·당뇨병 등 성인병 단계까지는 가지 않은 상태다. 심혈관질환·당뇨병 발생과 인슐린 저항성 위험도를 높이며 대장암·직장암 등의 발생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의 25.8%, 60세 이상은 39.4%가 대사증후군이다.

한편 권 교수팀이 건강검진센터를 찾은 1,578명의 뇌 MRI, 혈액검사 결과를 분석해보니 혈청 호모시스테인 농도가 높은(9.6μmol/L 이상)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무증상 뇌경색 등 뇌경색 환자 대부분에서 발견되는 뇌 소혈관질환, 뇌혈관 미세출혈 등이 함께 관찰된 비율이 높았다. 연구결과는 미국 신경과학회 학회지인 ‘신경학(Neurology)’에 발표됐다.

권 교수는 “육류 등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을 자주 먹을 경우 소화 과정에서 체내 농도가 올라가는 아미노산인 호모시스테인이 체내에 과다축적되면 뇌 소혈관질환 발생 전반에 관여해 추후 뇌경색·치매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며 “시금치 등 녹색 채소나 생선같이 비타민B가 풍부한 음식을 함께 섭취해 호모시스테인 농도를 정상 수준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 교수는 “아직까지는 음식을 통한 비타민B 섭취가 아닌 건강기능식품 형태의 비타민B 복합제의 복용이 호모시스테인 감소를 통해 뇌졸중을 예방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섣부른 비타민B 복합제 복용은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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