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은 최근 식품원료이면서 한약재로도 사용되는 오가피 열매가 혈압을 낮추는 데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두릅나무과에 속하는 오가피는 주로 복통·가려움증·골절상 등에 쓰이는 약용작물이다. 열매는 각종 혈전 관련 증상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데 사용한다.
농진청은 오가피 열매의 기능성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고자 경희대학교·양지병원 등과 3년간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고혈압 전 단계 증상을 보이는 만 19세 이상 75세 이하 남녀 80명을 대상으로 인체적용시험을 한 결과, 오가피 열매 추출물을 하루 2g씩 먹은 집단은 가짜 약을 먹은 집단보다 혈압이 유의적으로 줄었다. 수축기 정상 혈압인 120mmHg에 도달한 대상자 비율을 보면, 오가피 열매 추출물을 먹은 집단은 48%였지만 가짜 약을 먹은 집단은 15%에 그쳤다.
동물실험과 활성성분 분석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오가피 열매 추출물을 4주간 먹인 고혈압 쥐의 혈압은 202mmHg에서 142mmHg로, 고혈압 처방약(캡토프릴)을 투여한 쥐와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런 효과는 오가피에 함유된 ‘세코-사포닌계 화합물’이 혈압을 높이는 효소(안지오텐신 전환효소)의 활성을 억제한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실제 고혈압 약(캡토프릴) 또한 이 효소를 억제해 혈압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2곳에 실렸으며 원천기술은 국내 특허등록과 함께 국제특허 출원을 마쳤다. 또한 오가피 열매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혈압조절’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인정받았다. 농진청에 따르면 약용작물 가운데 높은 혈압을 낮추는 기능을 인정받은 것은 오가피 열매가 유일하다.
농진청 관계자는 “이번 연구 결과는 부작용 없는 안전한 식품을 활용해 기존 고혈압 치료제들을 보완할 수 있게 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일반 가정에서 말린 오가피 열매를 먹을 경우 하루 15g 정도를 섭취하면 연구 결과와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