뻣뻣한 칫솔로 치아를 세게 닦으면 치경부 마모증이 생길 수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40대 남성 A씨는 최근 양치질 중 찬물로 입을 헹구다가 이가 시린 느낌을 받았다. 평소 충치도 없고 질기고 딱딱한 음식을 잘 먹을 정도로 치아가 튼튼했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갈수록 시린 증상이 심해져 치과를 찾았고 '치경부 마모증' 진단을 받았다.
치아가 시린 원인은 다양하지만 치경부 마모증 때문인 경우가 많다. 대전성모병원 치과 이경은 교수는 "치경부 마모증이란 치아와 잇몸이 만나는 경계 부분인 치아의 목 부분, 즉 치경부가 마모돼 패인 것"이라고 말했다. 치아의 표면은 단단한 부분인 법랑질로 이뤄져 있고, 그 안쪽으로는 부드러운 상아질, 제일 안쪽은 내부 신경조직으로 이뤄져 있다. 법랑질은 상아질과 신경조직을 외부자극으로부터 보호하는데, 이 부분이 깎여 나가면 상아질이 노출되고, 외부자극이 신경조직으로 쉽게 전달된다. 이경은 교수는 "심하게 진행되면 치아를 살리기 어려운 경우도 있어 치아의 시린 증상이 지속되거나, 육안으로도 치아가 패인 것이 보인다면 증상이 없더라도 방치하지 말고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치경부 마모증 초기에는 찬바람이나 찬물에 의해 치아가 심하게 시릴 수 있다. 보통 뜨겁거나 찬 음식을 먹을 때, 찬물로 양치질할 때 시린 증상을 느낀다. 상아질까지 마모되기 시작하면 마모 속도가 7배로 빨라지고 치아 내부의 신경조직과 가까워지면서 치아가 더욱 시리게 된다. 치아의 반 이상이 마모되면 내부 신경조직이 드러나 신경치료까지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고, 음식을 씹는 도중 치아가 부러질 위험도 높아진다.
치경부 마모증의 주요 원인은 잘못된 양치질이다. 이경은 교수는 "뻣뻣한 칫솔모에 치약을 듬뿍 바르고 강한 힘으로 치아 옆 부분을 세게 문지르듯 닦으면 치아 마모가 쉽게 일어난다"며 "뻣뻣한 칫솔모는 부드러운 칫솔모보다 치아를 잘 마모시키며, 마모제 성분이 많이 든 치약도 치아 마모를 빠르게 진행시킨다"고 말했다. 효과가 강한 마모제 성분으로는 침강탄산칼슘, 탄산칼슘 등이 있다.
딱딱한 음식 먹기, 이갈이, 이를 악무는 습관도 원인이 된다. 이경은 교수는 "이를 악물 때 생기는 과도한 교합압이 치경부로 전달되면서 치아가 부분적으로 떨어져 나간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식습관도 치경부 마모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교수는 "한국인은 김치, 나물 등 질긴 섬유질로 이뤄진 식단을 주로 먹는데, 질긴 음식을 씹을 때 이를 옆으로 갈면서 씹게 돼 치경부 마모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외에 노화나 치주염도 치경부 마모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치경부 마모증이 발생했어도 시린 증상만 있고, 마모의 정도가 심하지 않다면 '지각 과민 처치제'를 치아면에 코팅하고 시린이 전용 치약을 사용하면 된다. 조금 더 심하게 마모된 경우에는 파인 부분을 치아색의 레진이나 글라스 아이오노머로 메꿔서 치아가 더 마모되는 것을 막는다. 마모가 심한 경우라면 신경치료를 하고 '포스트'라고 하는 일종의 기둥을 세우고 크라운을 제작해서 치아를 씌워야 한다.
예방을 위해서는 올바른 양치질이 가장 중요하다. 뻣뻣한 칫솔보다는 부드러운 칫솔을 사용하고 이를 좌우로 닦는 횡마법이 아닌 회전법을 이용해 치아의 결대로 세세하고 꼼꼼하게 닦는 것이 좋다. 딱딱하거나 질긴 음식은 되도록 피하거나, 작게 잘라 먹는다. 이 교수는 "마지막으로 과도한 교합압을 유발하는 이갈이나 이 악물기와 같은 구강 악습관이 있다면 조절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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