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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흐린 날 주막 같은 인연이 있는가

고재순 2022. 1. 7. 16:16
그대 흐린 날
주막 같은 인연이 있는가

허광희
 
 
그대
흐린 날
주막 같은 인연을 가졌는가
 
참 시근도 없이 살았더라
실눈 떠 손바닥으로 해 가리며
오면 오고 가면 가는 인연인 줄 알았더라
분꽃씨 만한 철이 드니 그제사 알겠더라
 
언제 마음 자락 풀어 헤쳐 귀 기울여 본 적 있나
언제 온 마음 끓이며 토닥거려 준 적 있었던가
 
지친 날 나래 접어 찾아드는 여인네 품속 같은
느린 호흡의 아련한 마음 한 켠
때론 청명함보다 흐릿함이 그리울 제
싸리문 열고 들어서면
잘 익은 감추주(甘秋酒) 단내가 먼저 반기는
 
그대여
흐린 날
주막 같은 인연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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