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흐린 날
주막 같은 인연이 있는가 허광희 그대 흐린 날 주막 같은 인연을 가졌는가 참 시근도 없이 살았더라 실눈 떠 손바닥으로 해 가리며 오면 오고 가면 가는 인연인 줄 알았더라 분꽃씨 만한 철이 드니 그제사 알겠더라 언제 마음 자락 풀어 헤쳐 귀 기울여 본 적 있나 언제 온 마음 끓이며 토닥거려 준 적 있었던가 지친 날 나래 접어 찾아드는 여인네 품속 같은 느린 호흡의 아련한 마음 한 켠 때론 청명함보다 흐릿함이 그리울 제 싸리문 열고 들어서면 잘 익은 감추주(甘秋酒) 단내가 먼저 반기는 그대여 흐린 날 주막 같은 인연이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