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물재배

보르도액·석회 유황 뿌리면 예방 효과

고재순 2022. 4. 10. 17:19
보르도액·석회 유황 뿌리면 예방 효과
과수 화상병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충남 지역에서 발생한 화상병이 올해 전국으로 확산할 전망이다. 다행히 화상병 전용 약제가 개발됐지만, 친환경 과수에는 쓸 수 없어 재배 농가의 고민이 크다. 친환경 재배 농가가 활용할 만한 화상병 예방 및 방제 방법을 알아본다. 글·사진 김산들
[전국적으로 화상병 발생 조짐, 농가 피해 우려] 지난해 화상병이 발생한 경기 안성에서는 44농가과수원의 배·사과나무 1만 6157주(38㏊)를 땅에 묻었다. 올해는 2월 말 기준으로 충남 지역의 화상병 발생 면적이 23개 농가 21㏊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충남도농업기술원). 경기도도 지난해보다 피해가 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화상병은 배·사과나무의 잎과 꽃, 과일은 물론 가지· 줄기까지 피해를 주는 세균성 병이다. 나무는 감염되면 마치 불에 그슬린 것처럼 조직이 검게 변하다가 결국 말라죽는다. 화상병이 발생하면 발생 과수원은 물론 반경 100m 이내의 배·사과나무를 뿌리까지 캐내 폐기해야 한다. 또 발병 지역은 5년 이내에 배와 사과를 심지 못한다. 병이 발생한 농가로서는 폐원까지 갈 수 있고, 주변 농가에도 큰 피해를 준다.

특히 작년까지는 화상병을 치료할 수 있는 방제 약제가 없었다. 최근 개발된 약제도 실제 현장에서 효과를 확인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하지만 친환경 과수에서 쓸 수 있는 전용 약제가 ?다. 지금으로선 재배 농가의 예찰과 진단, 예방이 최선이다.

경북 영덕 유기사과 재배 농가 이영두 씨(75)는 친환경 자재를 이용해 화상병을 예방하고 있다. 올해로 유기재배 3년 차인 이씨는 3만 3000㎡ 과원에서 사과를 생산하는 중이다.

그는 “지금까지 사용해보니 친환경농업 초기부터 쓰던 석회유황합제·석회보르도액이 전반적으로 효과적이다. 사과나무에서 나타나는 주요 병을 비롯해 최근 나타난 화상병에도 예방 효과가 있다. 지금은 다른 병 예방 효과까지 생각해서 연중 4회 정도 뿌리고 있다”고 밝혔다.

[석회보르도액 ?조 후 빨리 살포해야] 이씨는 화상병이 문제가 되기 전에는 해마다 6월 20일을 전후해서 보르도액을 뿌리기 시작해 보름간격으로 8월 중순까지 뿌렸다. 여름에 발생하는 병에 특히 효과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화상병은 봄에 약제를 뿌려야 효과가 있어, 지난해부터는 4월 초에 살포하고 있다.

석회보르도액의 장점으로는 제조와 사용이 편하다는 점을 꼽았다. 또 살포 후 작물에 석회분이 남지 않아 과실 상품가치를 떨어뜨리지 않고, 핵과류나 작물의 생육 초기에도 약해 우려 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르도액은 균에 대한 내성이 없어 해마다 써도 효과가 그대로다. 이외에도 석회보르도액은 살포 후 약액이 마르고 나면 비가와도 약해의 우려가 없다고 알려졌다. 완전한 액상 형태라 노즐 막힘 현상이 없는 것도 장점이다.

이씨는 “석회보르도액을 만들 때는 반드시 석회유 통에 황산구리 용액을 넣는 방식이어야 한다.

반대로 혼합하면 산성 용액이 되어 보르도액 입자가 커져 물에 잘 안 섞인다. 특히 보르도액은 시간 이 지남에 따라 살균력이 떨어지므로 조제 후 바로 사용해야 한다. 비 오기 직전이나 직후는 피해서 뿌려야 한다”고 말했다.

[석회꿀황합제는 인편 2㎜ 벌어졌을 때 사용 적기] 지금까지 약제 살포는 겨울에 기계 유제를 뿌리고 봄에는 석회유황합제, 여름에는 석회보르도액을 뿌리는 방식이었다. 그러다 화상병 예방을 위해 작년부터 봄에 석회유황합제와 석회보르도액을 모두 살포하고 있다.

이씨는 “친환경 농사를 지을 때 방제 날짜는 큰 의미가 없다. 기관 등에서 발표하는 방제 적정 시기는 전국 평균이고, 나의 과거 방제 기록은 올해 방제 효과를 높이는 것과는 무관하다. 나무 상태를 보고 살포 시기를 정하는 게 가장 정확하다”고 덧붙였다.

석회유황합제의 ?한 알칼리성은 병원균이나 피해 부분을 부식시켜 황의 침입을 쉽게 만든다. 석회유황합제 속 다황화칼슘이 공기 중 산소와 만나면서 생기는 활성 황이 살균 작용을 하는 것이다.

이씨는 “늦어도 4월 초까지 석회유황합제를 살포해야 한다. 화상병 예방 목적으로 뿌릴 때는 발아직전인 3월 하순에서 4월 상순 사이가 가장 적당하다. 꽃눈의 인편이 2mm 정도 벌어졌을 때다. 약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바람이 없는 날을 골라 나무끝까지 꼼꼼히 뿌려야 한다”면서 “이때 석회유황합제와 물을 1:1로 해서 첫 번째 굵은 가지 아래쪽으로 한 번 ? 뿌려주면 좋다. 1년에 한 번씩만 이렇게 하면 화상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가위 등 농작업 도구 사용 때마다 살균] 예방 약제를 쓰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농작업 도구관리다. 특히 과수 재배에서 수시로 사용하는 가위소독이 중요하다.

충남도농업기술원 재해대응팀 김정태 지도사는 “모든 농기구와 농작업 도구를 70% 알코올 또는 10% 차아염소산나트륨 액(락스)을 이용해 철저히 살균해야 한다. 요즘은 겨울 전정뿐만 아니라 수시로 가지치기를 하는데, 번거롭더라도 가위를 사용할 때마다 소독해야 안전하다”고 강조했?.

이 외에도 봄철 많이 진행하는 과수의 접수·삽수 작업과 묘목 심기를 할 때는 출처가 분명한 것을 이용해야 한다. 외국이나 출처 불명의 나무는 들여 와선 안 되며 병 발생 과수원에서 생산된 나무는 이동하면 안 된다.

김 지도사는 “과수원 주변에는 병원균 중간 기주가 될 수 있는 모과·살구·자두나무 등을 심지 말아야 한다. 만약 사과·배나무 과수원에 이상 증상이 발견되면 즉시 가까운 시·군 농업기술센터에 신고하고 절차에 따라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Tip]석회보르도액 만드는 법(6-6식 보르도액 100ℓ 기준) ① 물 100ℓ와 유산동 600g, 생석회 600g을 준비한다.

② 금속재가 아닌 목재나 플라스틱 통 2개를 준비한다.

③ 한 통에는 유산동을 잘게 빻아 따뜻한 물에 녹이고, 준비한 물의 80%(480ℓ)를 유산동액에 넣어 묽은 유산동액을 만든다.

④ 나머지 한 통에는 생석회(순도 95% 이상)를 넣어 소량의 물로 녹인 다음, 남은 물을 모두 넣어 석회유를 만든다.

⑤ 석회유와 붉은 유산동액을 가능한 한 낮으면서도 비슷한 온도로 맞춘다. 그다음 석회유를 잘 저으면서 여기에 붉은 유산동액을 조금씩 저어가며 넣는다.

⑥ 혼합이 끝나면 오일 등의 전착제를 더한다.

* 석회보르도액 종류는 6-6식, 8-8식, 4-8식, 3-6식 등이 있는데, 이는 물 100ℓ를 기준으로 황산구리와 생석회 혼합량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8-8식은 물 100ℓ에 황산구리 800g 생석회 800g 혼합을 뜻한다.

[Tip]석회유황합제 만들기(20ℓ 기준) ① 야외에 적당한 장소를 선택해 물 끓일 솥(40ℓ들이)과장작을 준비한다.

② 60℃ 정도의 물 20ℓ에 유황 분말 5㎏을 넣고 90℃를 유지하며 붉은색이 날 때까지 끓인다.

③ 여기에 생석회 2.5㎏을 조금씩 넣는다. 끓어 넘치지 않도록 조금씩 넣는다.

④ 약액? 끓기 시작해 30∼40분쯤 지나면 거품이 없어지면서 자주색으로 변한다.

⑤ 불을 줄이고 원액을 퍼내서 담아 불순물을 가라앉힌다. 식은 다음에는 거름망에 거르고 통에 담아 밀봉 저장한 다. 저장용기를 단단히 밀봉하지 않으면 황과 공기 속의 산소가 반응해 약효가 떨어진다.

⑥ 사용할 때는 전착액을 섞는다.

* 분무기에 담아서 뿌린 후에는 즉시 암모니아수나 초산액으로 씻고 다시 물로 잘 씻어 내야 한다. 약제가 공기와 접촉하면 각각의 성분이 분해되므로 보관할 때는 용기를 꽉 막아서 공기 접촉을 막아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