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물재배

참깨 육종가 경북도농업기술원 권중배 박사

고재순 2022. 6. 26. 11:53
“국내 참깨 재배 면적은 1987년 9만 4289㏊에서 2012년 2만 5076㏊로 크게 줄었습니다. 여기에는 중국산 값싼 참깨, 우리나라 농촌 노동력의 고령화와 핵가족화, 기후 변화 등이 작용했지요. 재배면적이 감소하면서 국산 참깨의 점유율도 급격히 떨어졌어요. 이에 따라 소비자가 우수한 국산 참깨와 참기름을 접할 기회가 줄어드는 것이 안타?웠습니다.” 국산 참깨 재배 감소는 농촌진흥청의 연구가 위축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지금 농진청의 참깨 표준 재배법이 1970~80년대 방식인 재식 거리 50×10㎝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재배 품종도 10년전이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다.

최근까지 농가가 가장 많이 재배한 참깨 품종은 <안산깨>다. 1984년에 육성된 품종으로 잎 1장에 꼬투리 1개가 달리는 것이 특징. 열매가 흰색이라서 소비자 기호도는 높지만 수량성이 낮고 비가 많이 내리면 병 발생이 많다. 이로 인해 농가가 갈수록 재배를 꺼리는 실정이다. 게다가 수량 예측이 ?려워 현재는 소량 재배되고 있다. 이 밖에 몇몇 보급종 또한 노령화된 농촌 현실과는 맞지 않는다. 여기에 값싼 중국산 참깨가 대량 수입되면서 참깨 재배는 농가로부터 외면받게 됐다.

“참깨에 있어선 재배법 개선과 노동력 절감형 및 다수확 신품종 개발 등 연구·개발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농가에게는 무척 절실한 일이지요. 게다가 대부분 흰깨고 검정깨는 거의 없다시피 해요. 검정깨는 흰깨에 비해 수확량이 월등히 떨어지고 순을 잘라주어야 해 번거롭기 때문이지요. 이부분을 개선한 신품종을 만들어내고자 참깨 육종을 시작했습니다.” 초다수성 ‘수지깨’, 가공성 좋은 ‘유풍깨’ 개발 권 박사가 기존 품종의 단점을 극복하면서도 다수확 품종을 연구하기 시작한 건 1999년. 여러 계통과 유전자원을 수집해 인공 교배를 시작한 지 10년이 지나 <수지깨> 품종을 육종했다. 수지깨는 안산깨와 달리 잎 1장에 꼬투리가 7개나 달리고 습해에도 강하다. 수확량은 990㎡를 기준으로 재래종이 50여㎏인 데 비해 150㎏에 육박한다.

“비슷한 시기에 다수확 검정깨를 육종하겠다는 각오로 연구, <회룡깨>를 개발했습니다. 수지깨처럼 잎 1장에 꼬투리가 7개 달려 초다수? 품종이에요. 논에서도 재배가 가능하고요. 990㎡당 200㎏까지 수확되는 초다수성 검정참깨입니다.” 안산깨보다 2~3배 수확량이 많은 수지깨·회룡깨에 대한 농가의 관심은 대단했다. 해마다 “언제쯤 종자를 받을 수 있느냐?”는 문의가 이어졌다. 종자를 증식하고 보급종으로 추가 시험을 거친 끝에 수지깨는 올해 보급이 시작됐고, 회룡깨는 내년부터 공급된다.

참깨 농가가 품종을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 중엔 참기름 생산성이 있다. 고추 생산농가가 고춧가루 수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 이런 농가 요구에 맞춰 습해와 역병에 강하며 참기름 함량이 월등히 많은 <유풍깨>도 육종했다. 육종한 지 7년 가까이 되면서 이미 전국에 보급돼 있다.

“노지 재배는 잦은 비와 태풍으로 수량 예측이 어렵습니다. 시설 하우스에서 과채류 뒷그루로 심으려는 농가가 늘고 있지요. 기존 품종을 심으면 키가 커서 재배가 어려워요. 그래서 시설 재배에 적합하고 쉽게 키울 수 있는 하우스 전용 품종 <안백깨>와 <예안깨>를 육종했습니다. 경북 성주 등에서 각광받고 있지요.” 장마에 끄떡없는 ‘아름깨’, 기능성 강화한 ‘황금깨’ 인기 국내 농업 환경 변화와 소비 트뮷드를 반영한 신품종도 육종했다. 논 재배 전용 <아름깨>는 습해에 매우 약한 참깨의 특성을 완전히 극복한 품종이다. 10년 연구 끝에 아름깨를 육성했을 때 농가반응은 대단했다. 연작 장해와 장마철 병 발생으로 점점 어려워할 때라 농가가 더욱 반가워했다.

“아름깨는 40일 이상 비가 계속 내려도 습해가 나타나지 않고 논에 물이 7~10일간 고여 있어도 죽지 않을 정도로 강합니다. 한·중 FTA로 어려움에 처해 있던 벼 재배 농가들이 벼 대신 아름깨를 심으면 소득이 3~4배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어요. 소득 작물로 충분히 경쟁력 있는 품종이지요.” 최근에 개발한 품종은 <황금깨>다. 재배 농가와 소비자들이 고소한 맛이 최고라고 할 정도로 품질이 뛰어나다. 종자와 참기름이 다른 품종에 비해 황금 빛깔을 띠며 맛과 향이 더 고소한 것이 특징. 참깨에는 식물성 에스트로겐의 일종인 리그난 성분이 들어 있는데, 황금깨에는 일반 참깨보다 월등하게 많이 함유돼 있다.

“황금깨는 처음 나왔을 때 500㎖들이 참기름 한 병에 5만 원 했어요. 기능성이면서 밝은 노란색과 맛, 향 등이 뛰어나 재배 농가와 소비자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기계화·노력절감? 품종 개발이 다음 목표 권 박사의 육종 목표는 기계화에 적합하면서 기능성이 더해진 초다수성 품종, 노력 절감형 품종 개발이다. 농촌이 노령화되고 있기에 기계화 품종을 연구하고, 모든 농산물에서 기능성이 중요해져 이를 반영할 생각이다. 노력 절감형 품종은 “참깨는 손이 많이 가서 농사짓기 힘들다”는 인식을 없애고 싶어 연구 중이다. 이 중 기계화에 적합한 품종을 개발하는 것이 우선이다.

“내탈립 품종을 연구 중이에요. 내탈립이란 꼬투리가 벌어지지 않아 종자가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상태를 말하는데, 5년 이내에 내탈립 품종을 만들 계획입니다. 또 연구 중인 <경북24호>의 경우 어느 정도 자라면 더 이상 자라지 않고 생육을 멈추는 특성이 있습니다. 농가가 순지르기 없이 참깨를 수확할 수 있지요. 이를 이용해 2년 이내에 신품종을 만들어낼 생각입니다.” 권 박사는 이와 함께 2011년 육종한 황금깨를 다수확으로 개량할 생각이다. 초다수성 계통에서 나타나는 무한화서(온도 조건만 맞으면 계속해서 꽃이 피고 자라는 습성)로 인한 품질 저하도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장기적으로는 브라질이나 미국 등 대규모 재배되는 국가에 종자를 수출하고 싶은 ?람이 있다.

수입이 당연시된 참깨를 수출 작물로 육성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항산화나 웰빙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이 높은 만큼, 식물성 기름 원료인 참깨의 수출과 해외 재배는 결코 헛된 꿈이 아닐 성싶다.

권중배 박사가 육성한 참깨 품종들 경북도농업기술원 생물자원연구소 권중배 박사가 현재까지 육성한 참깨 품종은 모두 11가지다. 2006년 유풍깨를 시작으로, 풍성깨(2007), 수지깨(2010), 아름깨(2010), 안백깨(2011), 예안깨(2011), 황금깨(2011), 만리깨(2012), 회룡깨(2012), 백설깨(2013), 호건깨(2013) 등을 개발했다. ?게는 5년 길게는 10년 이상 걸리는 육종 기간을 생각할 때, 꾸준한 참깨 사랑이다. 이들 품종은 다수확과 고품질은 물론이고 일손 절감과 논이나 시설 하우스에서 재배가 가능해 보급률과 농가 호응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