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좋은말

가을노래

고재순 2022. 9. 3. 10:50
가을노래 / 이해인


하늘은 높아가고 마음은 깊어가네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를 키워 행복한 나무여, 바람이여

슬프지 않아도 안으로 고이는
눈물은 그리움 때문인가

가을이 오면
어머니의 목소리가 가까이 들리고
멀리 있는 친구가 보고 싶고

죄 없이 눈이 맑았던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고 싶네

친구여, 너와 나의 사이에도
말보다는 소리 없이 강이 흐르게
이제는 우리
더욱 고독해져야겠구나

남은 시간 아껴 쓰며
언젠가 떠날 채비를 서서히 해야겠구나

잎이 질 때마다
한 웅
큼의 시들을 쏟아내는
나무여, 바람이여

영원을 향한 그리움이
어느새 감기기운처럼 스며드는 가을

하늘은 높아가고 가을은 깊어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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