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좋은말

11월의 노래

고재순 2022. 11. 9. 13:57

11월의 노래


김용택



해 넘어가면
당신이 더 그리워집니다
잎을 떨구며 피를 말리며
가을은 자꾸 가고
당신이 그리워 마을 앞에 나와
산그늘 내린 동구길 하염없이 바라보다
산그늘도 가버린 강물을 건넙니다

내 키를 넘는 마른 풀밭들을 헤치고
강을 건너 강가에 앉아
헌옷에 붙은 풀씨들을 떼어내며
당신 그리워 눈물납니다
못 견디겠어요
아무도 닿지 못할 세상의 외로움이
마른 풀잎 끝처럼 뼈에 와 닿습니다

가을은 자꾸 가고
당신에게 가 닿고 싶은 내 마음은
저문 강물처럼 바삐 흐르지만
나는 물 가버린 물소리처럼
허망하게 빈 산에 남아
억새꽃만 허옇게 흔듭니다

해 지고
가을은 가고
당신도 가지만
서리 녹던 내 마음의
당신 자리는 식지 않고 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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