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는 물줄기마다 신비스러운 전설과 절경이
울창한 백두대간 산림의 깊은 골짜기를 따라 흐르는 계곡 물은 수 억년 세월동안 끊어지는 법이 없다. 흐르다 막히면 아래로 떨어지면 그 뿐이다. 그렇게 폭포가 된다. 백두 중심 강원에서도 가장 깊고 넓은 산림을 갖고 있는 삼척에는 그 크기만큼이나 압도적이거나 아기자기한 자태를 자랑하는 폭포가 여럿 있다. 그 중에는 사람들의 입을 타고 많이 알려진 곳도 있고, 아직 속살을 드러내기 부끄러워 하는 곳도 있다. 수년 전 한 화가가 전국 명산 폭포 100여곳을 둘러보고 그려낸 작품을 모아 ‘산중미인(山中美人)’이라는 제목의 전시회를 연 적이 있다. 절묘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백두대간의 웅장한 산림 속에서 고고하면서도 아름다운 자태를 선보이는 폭포를 한동안 바라보다 보면 말 그대로 산 속에서 아름다운 선녀를 만난 듯 한 착각에 빠진다. 높이 50m 기암괴석 사이 떨어지는 물줄기 장관 옥색·비취색 물빛에 ‘밀키스폭포’ 별명도 가져 붉은색 심포협곡과 어우러져 묘한 분위기 연출 백두대간 산중 미인폭포에는 재미있는 전설이 전해진다. 옛날 삼척에 미모가 빼어난 처녀가 살고 있었는데, 이 처녀의 눈이 너무 높아 마을에서 마음에 드는 남자를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마을 청년들의 수차례 청혼을 번번이 뿌리치면서 자신만의 이상형을 기다리며 나이를 먹어갔다. 그러던 중 어느날 우연히 자신의 이상형을 발견하고 자신의 나이는 생각하지도 않은 채 남자에게 청혼했고, 거절당했다. 그제서야 처녀는 자신의 얼굴을 물에 비췄는데, 어느 새 주름이 많아진 얼굴에 충격을 받고 폭포에서 치마를 뒤집어 쓰고 뛰어내려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것이다. 미인폭포의 모양새가 여인이 치마를 뒤집어 쓴 형상이라 만들어진 전설인 듯 하다. 미인폭포는 삼척시 도계읍 심포리에 있는 높이 50m의 폭포이다. 심포협곡에 있는 미인폭포는 오십천 최상류이고 백두대간 오봉산과 백병산이 만나는 지점에 있다. 수원은 구사리에서 심포리로 흐른다. 심포협곡은 공룡이 살던 백악기 중생대부터 쌓인 퇴적층이 수천만년 동안 풍화 작용에 의해 깎이면서 생성됐다. 생성과정이나 지질환경이 미국의 그랜드 캐니언과 비슷하다고 해 한국판 그랜드 캐니언이라고도 불린다. 지질학적으로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는 것이지, 규모가 미국의 그랜드 캐니언을 닮았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자. 심포협곡은 전체적으로 붉은 색을 띠고 있어 미인폭포와 어우러져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우보산에서 발원해 쇠붙이 고개로 흐르는 오십천의 원료가 계곡을 따라 북쪽으로 약 3㎞ 가량 흐르다 높이 50m의 기암괴석 사이로 떨어지는 미인폭포의 물줄기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폭포에서 떨어진 물빛은 완전한 옥색 또는 비취색을 띠는데 이는 융기 지형인 백두대간에 포함된 석회암이 물에 녹아 이런 색깔을 낸다고 한다. 간혹 젊은 사람들이나 유튜버들이 ‘밀키스 폭포’라는 재미있는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차량용 내비게이션으로 찾아 올 요량이라면 삼척 미인폭포나 여래사를 찍으면 된다. 여래사 입구에서 미인폭포까지는 20여분 남짓한 탐방로를 걸으면 되고, 중간쯤 피아노 폭포라고 불리는 작고 아담한 폭포를 만나게 되는데 이 곳은 소위 ‘물멍’하기 좋다. 미인폭포는 관람료가 무료이지만, 관람시간이 정해져 있어 미리 시간을 체크하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덕풍계곡 입구부터 제2용소폭포까지 탐방 가능 웅장한 바위절벽 아래 잔도따라 산양 보는 행운도 계곡 주변 남은 산림철도 궤도 일제 목재수탈 역사 삼척 덕풍계곡은 높고 깊은 백두대간 속 은둔의 비경이다. 응봉산(999m) 기슭에서 흘러내리는 만고의 세월을 품은 장장 13㎞에 달하는 신비로운 계곡이다. 가곡면 풍곡리 덕풍계곡 마을을 출발해 제1용소 폭포를 지나 제2용소 폭포까지 4.4㎞ 구간을 따라 생태탐방로도 개설돼 백두대간 비경을 꿈꾸는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계곡 입구부터 아찔한 바위절벽 아래 잔도에서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자연과 하나가 된 듯한 착각마저 불러온다. 예술작품처럼 깎아놓은 듯한 바위들은 웅장하다는 말 외에 다른 표현이 없다. 이 곳은 사실 잔도 없이는 계곡 탐방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계곡 양쪽의 절벽이 높고 까마득하다. 이제 붉은 색으로 옷차림을 바꾸고 겨울 맞이를 준비중인 계곡을 오르다 보면 어느새 ‘와~’, ‘우와~’ 하는 감탄사가 생각도 없이 터져나오기 일쑤다. 가쁜 숨을 몰아가며 힘겹게 오르면 대야처럼 둥그런 제1용소 폭포에 맞닿을 수 있다. 폭포의 물 색이 어두워 그 깊이를 가늠하지 못해 오히려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전설 속의 용 한 마리가 거대한 몸을 뒤틀며 솟구쳐 오를 것 같다. 폭포 우측으로 난 안전로프 난간을 따라 오르다 보면 다시 제2용소폭포에 닿을 수 있다. 이 구간은 구불구불 구절양장(九折羊腸) 길이 이어진다. 협곡의 비경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지체하다 보면 걸음은 어느새 느려진다. 간혹 바위 절벽 사이에 숨어 등산객을 훔쳐보는 천연기념물 산양을 만나는 행운도 잡을 수 있다. 수백년 아름드리 나무들을 한동안 넋을 놓고 구경하며 걷다 보면 어느새 제2용소폭포에 닿는다. 덕풍계곡 폭포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는 이 폭포는 일반 탐방객에게 허용한 마지막 비경이다. 덕풍계곡 생태탐방 트레킹은 등산객 사이에서는 이미 성지로 통한다. 많은 사람들이 제3용소폭포까지 보고 싶어하지만, 이후 길이 너무 위험해 아직은 출입이 통제돼 있기 때문이다. 제2용소폭포에서 제3용소폭포까지 5.6㎞ 구간을 포함해 응봉산 정상까지 구간은 산림유전자원 보호림으로 지정해 미래 세대를 위해 남겨 놓은 지역이기도 하다. 덕풍계곡은 일제의 목재수탈이라는 아픔을 간직한 곳이다. 덕풍계곡 주변 아름드리 나무들이 어디에 쓰이는지도 모른 채 일제에 수탈됐고, 그 흔적인 산림철도 궤도가 아직 남아 옛 일을 기억하고 있다. 이번 가을이 다 가기 전에 서둘러 은둔의 덕풍계곡, 그 중에서도 용소폭포로 발걸음을 재촉해 보자. 육백산 능선 두리봉-삿갓봉 사이 성황골 위치 기암괴석 빼곡하게 덮은 이끼 융단 이국적 풍경 푸른빛 영롱한 웅덩이 승천 못한 이무기 전설이 여행지를 선택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시기를 잘 정하는 것이다. 특히 백두대간의 깊은 산중을 방문할 요량이라면 시기를 잘 고려해야 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백두대간 육백산(1244m)에서 뻗어나가는 능선의 두리봉과 삿갓봉 사이 성황골에는 평소에는 보기 힘든 특별한 곳이 있다. 바로 ‘무건리 이끼폭포’다. 최근에서야 겨우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 이 곳은 사실 우리나라 3대 이끼계곡(폭포) 가운데 하나이다. 무건리 이끼폭포를 만나려면 조금 서둘러야 한다. 무건리 마을 주차장에서 차량을 세워두고 3.5㎞에 달하는 가파른 임도길을 한참 걸어야 한다. 임도길은 주민 차량 외에는 출입금지여서 차단기가 올라가 있더라도 무리하게 진입하면 안된다. 처음 약 600m 구간은 시멘트로 포장된 임도길이다. 급한 커브를 3~4번 돌아 온몸이 땀으로 적셔질쯤 국시재 고갯마루에 이르게 된다. 여기에 벤치가 하나 있으니 쉬어가기 좋다. 조금 더 가면 예전 이 곳에 주민 300여명이 모여 살았다는 증거인 무건분교 옛터를 만날 수 있다. 다시 걸음을 재촉하다 보면 이제 가파른 내리막길을 만나게 된다. 약 500m 구간으로, 삼척시가 생태탐방로를 잘 정비해 놓아 걷는데 무리가 없다. 먼저 만나게 되는 폭포는 아래쪽의 ‘제1이끼폭포’로 초록색의 이끼가 잔뜩 덮인 바위 사이로 새하얀 물줄기가 여러 갈래로 쏟아지고, 푸른 빛의 영롱한 웅덩이가 신비로움을 더해준다. 이 곳은 승천하지 못한 이무기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제1이끼폭포에서 왼쪽으로 난 계단길을 오르면 협곡 속에 숨어있는 ‘제2이끼폭포’를 만나게 된다. 바위 절벽 사이 폭포수가 이끼 융단사이로 옥수처럼 흐르고 있어 마치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한 여름에도 백두대간 그늘 속에 있어 시원한 바람과 물소리, 풍경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무건리 이끼폭포는 몇 해전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최근 방문객이 부쩍 늘고 있다. 이처럼 태고의 신비를 만나기 위한 수고로움은 언제나 즐겁다. 구정민 koo@kado.net ⓒ 강원도민일보 & kado.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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