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코믹방

할배와 건전지

고재순 2023. 1. 7. 12:27
할배와 건전지
 .
다섯 살짜리 손자와 함께 사는 영구 할배가
 읍에 장보러 가는 날이었다
할매가 할배 보고 건전지를 사오라고 했다.
영감벽시계에 넣을 건전지 하나 사오이소.”
“'얼마만한 거?”
고추만한 작은 걸로요.”
.
 장난끼 많은 영구 할배 대뜸
임자누구 꺼로 말하노...
내 꺼 말이가?... 영구 꺼 말이가?...“
이것을 금방 알아들은 할매도 맞받아친다.
영감 걸루 사오이소.”


 

 
 
(할매 혼잣말 하이고 ~~~ 영구 것만도 못하민서......)
문밖을 나서던 할배 다시 들어와서 한 마디 더하는데
근데 섰을 때만한 거로 말하나죽었을 때만한 거가?...”
화가 잔뜩 난 영구 할매

아무끼나 사와요!...
섰을 때나 죽었을 때나 맹 똑 같으민서.“
(할매 혼잣말 아이고,
그나저나 요새는 서지도 않으면서.....)
장에 가서 이것저것 구경하고 놀기도 하고
술도 한 잔 걸치고 왔는데
정작 건전지 사는 걸 잊어 먹었다.

할매한테 잔소리를 어떻게 듣나
궁리하던 할배, “옳지!~~~" 
하며 집으로 들어갔다.
영감~! ... 건전지 사왔나?”
몬사왔다
와요?”
.


건전지 파는 가게 아가씨가
내꺼 만한 거로 달라 하이꺼네
할배 것이 얼매 만한가 봐야지만 준다 카더라.
그래 내사 마 남 챙피시러 바서 안 비주고 그양 와?.
내 잘했제 ㅎㅎㅎㅎㅎ"
 

다음번 장날에도
할배는 건전지 사는 걸 또 잊어 먹었다.
에그 오늘은 진짜 죽었다......
할멈 잔소리를 우에 듣겄노 ! ~~'”
할배걱정하며 문으로 들어선다.
건전지 사왔서요?‘


몬 사 왔다.”
와요~?”
.
내사 마 건전지를 살끼라고 가가꼬 안있나..
창피로 무릅쓰고 아가씨한테
내 꺼로 고마 비줬다 아이가....
이 아가씨 실컨 보고 몬치고 쪼물락대고
 해 쌓더마는 하는 말이 .....'
 .
꼬부라진 건전지는 엄따 카더라.”
 -옮긴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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