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물재배

마늘·양파서 손 떼는 농가들…값 강세인데 왜?

고재순 2023. 1. 7. 13:03
재배면적 평년대비 감소 전망 원가 상승압박 역대 최대인데 정부는 수입 늘려 가격 낮춰 “이대로 가다간 생산기반 붕괴”

지난해 7월 경남 창녕농협 농산물공판장에서 햇마늘 경매가 진행되는 모습. 마늘값 강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올해 재배면적이 줄어들 것으로 관측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마늘·양파값이 평년보다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2023년도 재배면적이 줄어들 것으로 보여 산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가격이 높으면 재배면적도 늘어날 것이라는 통념이 깨진 것으로 전문가들은 생산비 증가, 저율관세할당(TRQ) 수입 재개 등의 영향으로 생산기반이 서서히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

◆값 강세에도 올해 재배면적 평년보다 감소 전망=마늘·양파값은 지난해에 이어 새해 들어서도 평년 대비 강세를 띠고 있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3일 대서종 깐마늘 도매가격은 20㎏당 평균 16만1200원으로 평년(12만5533원)보다 28.4% 높았다.

양파는 4일 서울 가락시장에서 1㎏당 평균 1430원에 거래, 평년(870원)보다 64.3% 높았다.

마늘·양파값이 평년 대비 강세를 띠는 건 2022년산 생산량이 감소한 것이 주요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22년 마늘·양파 생산량 실측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마늘 생산량은 29만824t으로 평년(33만3668t)보다 12.8% 감소했다. 양파 생산량도 114만3138t으로 평년(140만9969t) 대비 18.9%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노호영 농경연 양념채소관측팀장은 “생산량 감소 영향이 새해에도 이어져 마늘·양파값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거기에다 산지에서 출하조절을 하고 있어 강세장이 유지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마늘·양파값이 강세를 띠고 있지만 올해 재배면적은 감소할 것으로 관측됐다. 농경연 12월 관측월보에 따르면 2023년산 마늘 재배면적은 2만4280㏊로 평년 대비 6.5%, 양파 재배면적은 1만7501㏊로 평년 대비 10.3%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농경연은 2월 발표될 실측조사 결과에서 재배면적 전망치에 변동이 나타날 수 있다고 판단한다. 노 팀장은 “정식에 늦게 들어간 농가는 기존 조사에 포함되지 않았고 실제 파종기 종자값 등 변수가 남아 있어 속단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생산비 증가에 TRQ ‘이중고’…“산지 위기감 정부 잘 모르는 듯”=산지 관계자들은 마늘·양파값이 강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재배면적이 줄어드는 현상에 대해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농산물값이 높으면 이듬해 재배면적이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올해는 이같은 통념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생산비 증가로 농사를 포기한 농가들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배정섭 한국양파연합회장(전남서남부채소농협 조합장)은 “마늘·양파값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비료값·농약값·인건비 등 모든 생산비가 급등해 농가소득이 올랐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특히 웃돈을 줘도 인력을 구하기가 어려워 고령농 상당수가 농사를 포기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농가들이 체감한 원가 상승 압박은 역대 최대치였던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농가구입가격지수는 127.7로 통계 작성 이후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농산물 생산원가에 해당하는 재료비와 노무비·경비가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으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재료비는 전년 동기보다 30%, 노무비는 14.2%, 경비는 25.2% 상승했다.

농가구입가격지수는 농업경영체의 가계·경영 활동에 투입된 421개 품목의 가격지수로 2015년 지수를 기준(=100)으로 산출된다.

이태문 마늘자조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은 “2022년 마늘 10㎏당 생산비는 2년 전보다 35%나 급증했다”며 “노동집약형 산업인 마늘·양파 농사가 인건비를 비롯한 생산비 증가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정부의 TRQ 수입정책도 마늘·양파 농가들의 기대심리에 찬물을 끼얹어 재배면적 감소를 부채질했다는 게 생산자 측 시각이다.

정부는 지난해 양파는 9만2000t(관세 10%), 마늘은 2만t(관세 50%) 규모로 TRQ를 운용했다. 양파는 지난해 7만t 정도 수입됐고, 이달 31일까지 지난해 계획물량 중 나머지인 2만2000t의 수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마늘은 현재까지 추가적인 TRQ 운용계획이 정해지지 않았다.

강선희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은 “마늘·양파값이 높아지면 정부에서 수입을 통해 가격을 낮춘다는 인식이 농가들 사이에 자리 잡다보니 작목을 전환하거나 포기한 농가들이 많아진 것”이라며 “산지에선 이럴 거면 뭐하러 농사를 짓느냐며 우울감이 팽배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생산비·수입량 증가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산지 여건이 변화하지 않으면 이른 시일 내 적정 재배면적을 유지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영재 경남 함양군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 대표는 “현장에서 느끼는 위기감이 정부에 잘 전달되지 않는 것 같다”며 “생산비와 수입량이 증가하는 구조를 타파하지 못하면 몇년 후 심각한 위기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