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인생샷 명소 유두교, 곧 철거?! 확인하러 서산 다녀온 사연

고재순 2023. 1. 22. 10:24

올해도 기어이 오고 말았다. 2022년의 끝 연말 시즌이다. 시간은 정직하게 흘러가는데 한 해의 끝자락만 되면 괜히 부산스럽고 마음은 싱숭생숭하다. 올해를 미련 없이 보내고 내년을 반갑게 맞이할 여행지로 충남 서산을 골랐다.

서산 일몰 맛집 간월암 해넘이 / 사진=GNC21
서산행을 서두른 것은 웅도 유두교가 곧 철거된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하루 두 번 바닷물이 찰방찰방 차오르는 신비한 풍경으로 알려진 웅도 유두교. 작은 섬 오지마을 앞바다는 사진 한 컷 덕분에 순식간에 인생 사진 명소로 떠올랐다. 사람들이 인증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는데, 대체 철거는 왜 한다는 걸까. 서산시청 공무원에게 직접 들은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에서 확인하시길.​
서산까지 갔는데 유두교만 달랑 보고 올 수는 없었다. ‘머드맥스’ 촬영지로 벼락 스타가 된 오지리, 일몰 명소 간월암과 일출·일몰 포인트를 동시에 품은 도비산의 겨울 풍경도 함께 눈에 담아 왔다.


# 조회수 3500만 회 ‘전설의 주인공’ 오지리
서산에서 도착해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대산읍 오지리였다. 이름부터 강력하다. 서산 사람들은 ‘워낙 외진 곳에 있다고 하여 오지리라고 불렀다’고 말한다. 지금은 교통이 좋아져 자동차로 쉽게 오갈 수 있는 곳이다.

오지리 갯벌 모습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오지리가 이름을 알리게 된 건 약 1년 전 한국관광공사 유튜브 ‘이매진 유어 코리아(Imagine Your Korea)’에 1분 48초짜리 영상이 공개되면서 부터였다. 영화 ‘매드맥스(Mad Max)를 패러디한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Feel the Ryhtym of Korea)-서산’ 편에 오지리 어르신들이 경운기를 타고 갯벌로 바지락을 캐러 가는 모습이 등장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여태껏 우리가 알던 어촌 풍경과는 사뭇 다른 ‘힙한’ 분위기가 신선하다는 평을 받으며 서산을 다시 보게 하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해당 영상은 현재 조회수 3500만 회를 기록하고 ‘좋아요’도 9만2000여 개를 받았다.

오지리 해안에 마련된 포토존. '머드맥스' 촬영 때 사용한 경운기다.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영상이 공개되고 서산시는 촬영지 오지리에 간판을 세우고 포토 스폿을 마련했다. 촬영 때 사용한 경운기도 가져다 놨다. 영상을 본 사람들이 실제로 경운기를 타보고 체험을 할 수 있는지 물어보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지금 오지리가 위치한 가로림만 주변 갯벌에서는 굴 수확이 한창이다. 오후 1시가 넘은 시간에 찾아갔더니 주민 한 분이 막 자연산 굴을 채취해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인심 좋은 할머니가 그 자리에서 굴을 하나씩 맛보여줬다. 막 딴 굴을 하나 받아먹으니 온 입에 신선한 바다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겨울 바다에 오감으로 가까워졌다.

갓 캔 자연산 굴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 SNS 뜨겁게 달군 웅도 유두교
다음은 웅도다. 오지리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웅도는 물에 잠기는 ‘유두교’ 덕분에 유명해졌다. 2020년 코로나가 한참 극성일 당시 한국관광공사가 지정한 언택트 관광지 100곳에 선정되기도 했다.

웅도 갯벌 풍경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인 가로림만 안에 위치한 웅도는 그 모습이 마치 웅크린 곰처럼 생겼다고 해서 웅도라고 불린다. 섬으로 들고나는 곳에 차가 다닐 수 있도록 300m 길이 다리를 만들고 도로를 냈는데, 이 다리가 밀물과 썰물에 따라 물에 잠겼다가 온전히 모습을 드러냈다가 하면서 인생 사진 명소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웅도 해안 데크길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물때에 맞춰 먼저 웅도 구경을 하기로 했다. 다리를 건너 섬으로 들어 해안 데크길을 따라 걸으면서 드넓은 가로림만을 마주했다. 체험 마을 입구에서 곧장 이어지는 데크길은 섬 남쪽 해안을 따라 이어졌다. 다행히 날이 따뜻해 산책하기 좋았다. 오후 햇살이 내리쬐는 갯벌은 흑백 사진처럼 운치 있었다.

웅도 입구 마을을 설명하는 여러 안내판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웅도 유두교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얼마 시간이 남지 않았다. 서산시는 12월 말부터 공사를 시작해 2025년까지 새로운 다리를 놓겠다고 발표했다. 기존 다리가 바닷물 흐름을 방해해 갯벌 생태계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다. 서산시 관광과 관계자는 “새 다리가 놓일 때까지 기존 유두교를 없애지 않지만 주변 다리 공사 때문에 사진이 예전만큼 예쁘게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 다리가 놓이면 지금의 유두교는 말끔히 사라질 예정이다.

물이 찬 유두교 모습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오후 3시가 넘자 물이 차올랐다. 다리 가장 오목한 부분부터 물에 잠기기 시작하더니 빠른 속도로 콘크리트 바닥을 삼켰다. 30분이 지나지 않아 다리 거의 대부분이 물에 잠겼다. 일본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속 한 장면이 떠오르기도 했다. 물이 차오른 모습은 땅과 하늘, 바다와 하늘의 경계가 없는 모습이었다. 아름다운 풍경에 한 번, 자연의 신비로움에 또 한 번 감동을 느꼈다.
유두교는 음력 1·15일 앞뒤로 3~4일 정도가 가장 여행하기 좋다고 한다. 수위가 7m 이상 돼야 다리가 잠긴다. 본격적으로 공사가 시작되면 지금과는 사뭇 달라지겠지. 지금과 같은 유두교 모습을 마지막으로 보고 싶다면 서두르는 게 좋겠다.

물이 잠긴 유두교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 서산 최고의 낙조 신비로운 간월암
유두교가 반짝 떠오른 스타라면 간월암은 서산의 유서 깊은 사진 명소다. 간월암 역시 자연의 신비, 조수간만의 차가 만들어낸 아름다운 풍경을 품고 있다. 간월암은 부석면 간월도리에 위치한 작은 암자다. 이성계를 도와 조선 건국에 혁혁한 공을 세운 무학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월암 해넘이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간월암은 하루 두 번 섬이 됐다가 육지와 연결됐다가, 모습을 바꾼다. 물이 찼을 때는 마치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는 연꽃처럼 보인다고 해서 ‘연화대(蓮花臺)’라는 별명이 붙었다. 간월암은 서산 최고의 낙조 포인트다. 시간에 맞춰 갔더니 일몰 사진을 찍으러 온 카메라가 많이 보였다. 물이 들어와 간월암으로 가는 길이 이미 물에 잠겼다.

간월암 앞바다에 반짝이는 윤슬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섬 오른편으로 떨어지는 해를 담기 위해 간월도 1길과 2길이 만나는 지점으로 갔다. 보도 옆으로 해안으로 이어지는 작은 계단이 있는데 이곳에서 지는 해를 바라봤다. 섬처럼 둥둥 뜬 간월암과 타오를 듯 붉은 해가 오롯이 들어왔다.


# 일출과 일몰 포인트 동시에 품은 도비산
부석면 도비산(352m)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곳은 아니지만 한 산에서 해맞이와 해넘이를 동시에 할 수 있는 독특한 곳이다. 도비산은 코리아둘레길 64-2코스가 지나는 곳이기도 하다. 총 길이 22.7㎞로 부석버스정류장에서 시작해 해미읍성에서 끝난다. 도비산 서쪽 해넘이 전망대에서는 부남호와 멀리 태안 땅까지 보인다. 서산 방조제(B지구)가 만들어지면서 생긴 부남호는 서산의 부석면과 태안 남면의 경계라 하여 부남호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왼쪽부터 각각 도비산 해맞이 공원과 해넘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도비산에 세워진 코리아 둘레길 이정표.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 내년 벚꽃 여행은 여기로 정했다, 부석사
서산에서 내년 벚꽃 여행지도 미리 정해놓고 왔다. 도비산 부석사는 서산의 숨겨진 벚꽃 명소다. 수령이 오래된 벚나무가 많아 신록이 올라오고 벚꽃이 피는 계절에는 물론 가을 단풍도 아름답단다.

부석사에서 내려다본 풍경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부석사 산신각에 오르면 서산 주변 평야와 바다까지 내려다보인다. 부석사 하면 먼저 떠오르는 곳은 영주다. 서산 부석사는 영주 부석사와 창건 신화까지 똑같다. 677년 신라 의상대사가 절을 처음 세웠고 조선 시대 무학대사가 중창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석사 구석구석 풍경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부석사 벚꽃은 4월 말에야 핀다. 서울 여의도 벚꽃이 다 떨어지고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늦은 꽃놀이를 즐길 수 있다. 서산에는 부석사 말고도 개심사, 문수사 등 벚꽃 명소 알려진 절이 여럿 있다. 특히 개심사는 청벚꽃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평화로운 분위기가 느껴지는 부석사 경내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홍지연 여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