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春(춘)

고재순 2023. 4. 1. 08:46

春(춘)

 
院落深沈杏花雨(원락심침행화우) 
流鶯啼在辛夷塢(류앵제재신이오) 
流蘇羅幕襲春寒(류소라막습춘한)  
博山輕飄香一縷(박산경표향일루) 
美人睡罷理新粧(미인수파리신장)  
香羅寶帶蟠鴛鴦(향라보대반원앙)  
斜捲重簾帖翡翠(사권중렴첩비취)  
懶把銀箏彈鳳凰(뇌파은쟁탄봉황)  
金勒雕鞍去何處(금륵조안거하처) 
多情鸚鵡當窓語(다정앵무당창어)  
草粘戱蝶庭畔迷(초점희접정반미)  
花罥遊絲闌外舞(화견유사란외무) 
誰家池館咽笙歌(수가지관열생가)
月照美酒金叵羅(월조미주금파라)
愁人獨夜不成寐(수인독야불성매)
曉起鮫綃紅淚多(효기교초홍루다)


뜨락이 고요한데 봄비에 살구꽃은 지고
목련꽃 핀 언덕에선 꾀꼬리가 우짖는다.
수실 늘인 장막에 찬 기운 스며들고
박산(博山) 향로에선 한 가닥 향 연기 오르누나.
잠에선 깨어난 미인은 다시 화장을 하고
향그런 허리띠엔 원앙이 수 놓였다.
겹발을 걷고 비취 이불을 갠 뒤
시름없이 은쟁(銀箏) 안고 봉황곡을 탄다.
금굴레[金靷] 안장 탄 임은 어디 가셨나요
정다운 앵무새는 창가에서 속삭인다.
풀섶에서 날던 나비는 뜨락으로 사라지더니
난간 밖 아지랑이 낀 꽃밭에서 춤을 춘다.
누구 집 연못가에서 피리소리 구성진가
밝은 달은 아름다운 금술잔에 떠 있는데.
시름 많은 사람만 홀로 잠 못 이루어
새벽에 일어나면 눈물 자욱만 가득하리라.
 
* 박산향로 : 신선을 본떠 만든 향로
* 봉황곡 : 임이 오시기를 기다리는 노래


- 許蘭雪軒(허난설헌),
四時詞(사시사) 중 春(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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