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나무는 뿌리에서 잎까지 버릴 게 없다. 잎과 뿌리 및 나무 겉껍질은 한약재로 이용한다. 또한 6월 무렵 검붉게 익는 열매는 기능성 건강식품으로 알려지면서 주스, 잼, 술 등 다양한 가공품으로 이용할 수 있다. 잎은 당뇨병과 고혈압에 좋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차를 비롯해 국수 등 다양한 제품으로 개발이 가능하다.
상전벽해(桑田壁海)라는 말이 있듯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뽕나무와 누에 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중국과의 저가 경쟁에 밀려 양잠이 사양산업에 접어들면서 푸른빛으로 넘실대던 뽕나무밭을 자주 볼 수 없게 됐다. 이렇다 보니 우리 입맛을 다시게 했던 오디도 사라졌다. 벌써 중년이 다 된 사람들만이 오디를 따 먹느라 입 주변이 시커멓게 된 것을 서로 마주보며 깔깔거리며 웃던 것을 추억으로만 간직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라시대부터 뽕나무를 재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려 현종 때는 마을마다 일정한 수의 뽕나무를 심게 했다는 기록이 있다. 뽕나무와 관련된 것도 많다. 마음에 흡족해 어쩔 줄 모른다는 뜻으로 “뽕 내 맡은 누에 같다”라는 속담도 있고, 2가지 일을 동시에 이룸을 뜻하는 “뽕도 따고 임도 보고” 라는 속담이 있다. 이처럼 뽕나무는 우리 선조들과 함께 하며, 값비싼 명주옷을 선사하는 바탕이 됐을 테다.
부위마다 명칭이 다르고 약효까지 다르다
뽕나무는 부위마다 부르는 이름이 다르다. 어린가지는 상지(桑枝), 잎은 상엽(桑葉), 열매는 상감자(桑堪子), 나무겉껍질은 상피, 뿌리겉껍질은 상백피라 한다. 이처럼 한방에서는 뽕나무를 부위별로 달리 부르고 있다. 약효나 성질 또한 다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방에서는 상지는 신경통 치료제, 상엽은 해열제, 상백피는 이뇨제·고혈압 치료제 등으로 이용한다. 또 상감자는 강장제·발모촉진제와 빈혈 예방제로 쓴다.
최근 파란색·보라색 ‘컬러누에’가 선보일 뿐만 아니라 뽕나무 잎과 뿌리, 껍질 등을 이용하는 연구가 활발하다. 뽕나무 잎은 누에고치 생산을 위한 누에 먹이뿐만 아니라 당뇨병, 습진, 급성관절염 등을 치료하는 효과가 속속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기능성 물질을 활용하기 위해 뽕나무 잎을 넣어 만든 국수와 아이스크림 등의 제품들이 개발, 판매되고 있다.
예로부터 봄에 어린 잎은 나물이나 장아찌로 담가 먹었다고 한다. 요즘에는 어린 새순을 살짝 볶아 말린 다음 차로 이용하기도 한다. 잎에는 혈당을 조절하고 우리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엽록소 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 또 민간요법으로는 잎을 당뇨병과 고혈압을 치료하는 데 사용했다.
뽕잎은 6월 중에 따서 그늘에 말린다
뽕잎은 5월 중순에서 6월 초에 따 그늘에서 말린다. 이렇게 만든 잎은 뜨거운 물에 넣고 우려내 마시거나 가루로 내 미숫가루처럼 뜨거운 물에 타서 마셔도 일품이다. 이때 벌꿀을 첨가해 마시면 뽕나무의 약간 텁텁한 맛이 사라져 좋다. 1회 뽕잎량은 3∼5g이 적당하다. 잘 말린 것은 종이봉지에 넣어 습기 없고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보관하면 된다.
또한 뽕나무 열매인 오디가 건강식품으로 새롭게 각광을 받고 있다. 오디는 달고, 섬유소· 철·비타민 등의 영양이 풍부하다. 또 당뇨 예방, 위궤양 치유, 탈모 방지 등의 약리효과가 속속 밝혀지고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오디는 뽕나무의 정령(精靈)이 모여 있는 것이며, 당뇨병에 좋고 오장에 이로우며, 오래 먹으면 배고픔을 잊게 해준다. 또 귀와 눈을 밝게 한다. 오디를 오래 먹으면 백발이 검게 변하고 노화를 방지한다.”고 전하고 있다.
특히 소비자단체로부터 인공색소의 유해성이 제기되면서 오디의 안토시아닌 색소를 추출하여 식품가공용 천연색소나 화장품 등에 이용하려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이미 오디의 기능성과 천연색소의 특성을 살려 주스·양갱·샤베트·요구르트 등을 만드는 방법이 개발됐다. 이 가운데 술과 주스 제품이 가장 많이 개발돼 활발하게 판매되고 있다. 오디 와인도 포도주 못지않게 애주가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오디를 이용한 건강 기능성식품 속속 등장
이밖에 오디는 노화 억제, 혈당 저하 성분 등을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씨는 불포화지방산 함량(87%)이 높아 기능성 건강식품으로 활용가치가 재인식되고 있다. 또 리놀산의 함량이 높아 식단이 서구화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질병처럼 앓고 있는 고지혈증의 혈중 콜레스테롤 억제 작용이 밝혀졌다.
이러한 기능성 물질을 이용한 술·주스·잼·아이스크림·음료·캔디 등의 가공제품이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또한 농진청 농업과학기술원(경기 수원)은 오디 수확을 주목적으로 하는 신품종 뽕나무를 선발해 이를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농업과학기술원에 가면 뽕나무와 양잠산업에 대해 다양한 자료를 구할 수 있다. 우리나라 양잠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양잠 전문 연구기관이던 잠업시험장이 농업과학기술원으로 통폐합돼 운영되고 있다.
6월에 익는 오디는 따서 바로 가공하거나 냉동 보관해두었다가 필요할 때마다 꺼내 이용하면 된다. 오디가 한꺼번에 익고 과실과 열매자루가 잘 분리될 경우 나무 아래에 그물망을 치고 나무를 흔들면서 수확하면 일손을 절감할 수 있다. 오디가 완전히 익기 전에 따면 저장성은 다소 좋지만 맛이 많이 떨어지는 것이 흠이다. 오디는 저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생과를 출하하는 게 어렵고, 손실률이 높다.
한편 전북 부안군은 2005년부터 유유마을과 하서면 농원마을 일대를 ‘지역특화발전 누에타운 특구’로 지정하고 뽕 명품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부안군은 양잠을 지역특화사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유유마을 일대 200여 ㏊에 뽕나무 재배단지를 조성하고 오디와 뽕잎 냉동보관창고 건립 등 산업 인프라를 구축한다. 앞으로 뽕을 이용한 오디주·오디냉면·뽕잎찐빵·아이스크림·두부 및 뽕잎 절임 고등어 등을 만드는 가공시설을 설치하고 화장품·의약품 등 다양한 산업도 유치할 계획이다.
수입품종 지역적응성 따져보고 구입한다
요즘 다양한 뽕나무 품종이 보급되고 있다. 농업과학기술원이 선발, 육성한 품종이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묘목상들이 중국 등에서 수입해 판매하는 품종도 있다. 특히 중국에서 들여와 시판 중인 품종 중에는 오디 크기가 4~7cm에 달하기도 한다. 이들 수입종은 과육에 씨가 거의 없어 먹기 편하며 당도가 높다. 수확량도 많은 것이 장점으로 손꼽히지만 자신의 포장에 적응성을 잘 따져보고 구입해야 한다.
뽕나무는 본래 키가 큰 교목이지만 재배하는 동안 자주 잘라주기 때문에 관목처럼 자란다. 뽕나무는 잘 자라기 때문에 옮겨심기가 쉽다. 수분을 많이 필요로 하기 때문에 생육 중에 가뭄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을 경우 뽕잎 수량이 감소할 뿐만 아니라 품질도 나빠진다. 가뭄이 들 때에는 적기에 관수해야 한다.
뽕밭에 발생하는 재해는 언피해, 서리피해, 가뭄해, 바람해 등이 있다. 특히 뽕나무 언피해를 입기 십상이다. 언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지세 및 토양조건이 중요하다. 표고가 높은 뽕밭이나 특히 산과 산 사이 계곡 하부에 위치한 뽕밭에서는 야간에 냉기류가 정체하게 되므로 언피해가 가중될 수 있다. 이 같은 지역에서는 내동성 품종을 심거나 가을 수확을 줄이는 등 내동성 증대를 위한 재배법으로 관리하여야 한다.
목적 생산물에 따라 포장관리 달리 해야
뽕나무는 또 과습에 약하므로 물이 잘 빠지면서도 토양수분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땅이 좋다. 나무를 심을 때는 유기물은 10a당 2t 이상, 석회는 200㎏ 정도 심는 구덩이에 넣는다. 줄 간격은 경운기를 이용해 뽕밭을 관리할 경우 200㎝, 중형트랙터로 관리할 경우 250㎝로 한다. 나무 간격은 100~120㎝ 띄우는 것이 좋다.
한편 오디를 수확할 목적이라면 뽕나무는 과수처럼 깊이 50㎝, 폭 50㎝ 구덩이를 파고 흙을 적당히 다시 넣어 메운 후 퇴비와 석회를 넣고 심는다. 심는 시기는 낙엽이 진 후부터 이른봄 싹트기 전까지가 좋다. 특히 오디 수확작업 능률을 고려해서 나무 키를 어릴 때부터 잡는 게 중요하다. 나무 키를 너무 높게 잡으면 수확하는 데 일손이 많이 들 뿐 아니라 열매가 작아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