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에 오디에는 뽕나무의 정령이 모여 있어 당뇨병을 치료하고, 오장을 도우며 장기간 먹으면 배고픔을 잊게 해준다는 표현이 있다.
일반적으로 현대 한방에서는 오디를 상심자라고 부른다. 상심하여 스트레스를 받고 과로와 불면증, 면역력 저하 및 체내 독소가 만성적으로 누적돼 음이 허하고 양이 너무 흥분해 오는 현기증과 이명, 심계불면, 식은땀, 입마름에 오디를 많이 처방한다. 특히 사상의학에선 태음인에게 꼭 필요한 보혈(補血)제다.
오디의 효능은 과학적으로도 입증돼 있다. 2017년 1월에 나온 응용약학과학 저널(Journal of Applied Pharmaceutical Science)에 실린 오디와 뽕잎에 관한 리뷰 연구는 명확한 오디의 뇌신경 보호 작용을 밝혀놓고 있다. 이 연구에서는 오디가 탁월한 항산화 성분을 통해서 뇌세포, 특히 해마와 기저핵 등이 파괴되면서 오는 기억력 저하와 파킨슨병, 그리고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 변성으로 오는 알츠하이머병, 가바(GABA) 경로의 파괴로 인한 경련과 이상운동증 감소에 도움을 준다고 밝혔다.
오디에 관한 연구는 식품영양학에서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오디 속의 안토시아닌(anthocyanin) 색소가 활성 산소로 인한 염증성 질환 치료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오디 속의 안토시아닌 함량은 포도나 사과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또 영양성분 중에 특히 칼슘과 칼륨, 비타민B1과 비타민C의 함량은 사과나 배, 포도, 감귤에 비해서 오디가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50배 이상 높다.
김선여 가천대 교수 등은 오디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에서 뇌신경 질환과 관련해 혈압상승을 낮추고 식욕과 포만감을 조절, 체중을 감소케 하면서 심신을 편안하게 해주는 뇌신경 물질인 오디 속 가바를 주목하고 있다.
2007년 한국식품영양학회지에 실린 오디에 관한 연구를 보면 오디를 생리활성 효과가 우수한 형태의 오디 분말차로 제조해 류머티즘 소인이 있는 중년 여성 30명에게 4주간 급여한 후에 체성분 변화와 혈액학적 변화를 비교해 봤는데 혈중 염증수치(CRP·C-Reactive-Protein)가 확연히 낮아졌고 그 외에도 요산이나 류머티즘 인자, 호모시스테인 수치가 호전되는 양상을 보였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난소를 절제해서 에스트로겐 호르몬을 상실한 동물에게 오디 추출물을 투여했더니, 폐경기 및 갱년기 증후군 여성들이 겪는 골다공증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효능이 검증됐다고 한다. 오디 속의 파이토에스트로겐과 칼슘, 다양한 비타민과 항산화 성분의 숨은 공로로 보인다.
뽕잎만큼 풍부하지는 않지만 오디 속에는 플라보노이드(flavonoid)계의 루틴(rutin)성분이 들어있다. 이 성분은 모세혈관 강화 및 수축작용을 해 혈관이 약해서 오는 출혈성 질환 예방에 도움을 준다. 루틴이 풍부한 메밀과 함께 오디를 먹으면 상승효과가 더욱 날 것이다.
오디 속에는 또한 베타 시토스테롤(β-sitosterol), 캠페스테롤(campesterol) 등 식물성 스테롤이 다량으로 존재해 혈중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낮추고 좋은 콜레스테롤(HDL)을 높여준다. 오디가 함유한 주된 지방산은 리놀렌산과 올레인산인데 불포화지방산이다.
오디는 혈당강하 효과가 탁월해 당뇨에도 좋다. 뽕잎 및 누에가루 또는 오디의 혼합물을 급여한 당뇨쥐에서 혈당강하를 비롯한 항산화 작용 및 당뇨합병증의 뚜렷한 개선 효과가 밝혀진 사례들이 있다.
오디 속 강력한 폴리페놀 성분들은 간에서는 해독작용을 하며 심혈관과 관련한 고지혈증 개선과 혈당조절 작용에 일조한다. 갱년기 여성호르몬 장애로 인한 만성피로, 골감소증, 자율신경실조증에도 역시 상당 부분 기여한다.
빙빙한의원 원장(한의기능영양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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