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벌 키우는 방법

꿀벌 월동피해, '정상 봉군 집중 관리'로 극복한다

고재순 2022. 12. 25. 12:33
전국 시․도, 시․군 대책반 구성, 피해 저감 모든 역량 집중
[전업농신문=이태호 기자] 이번 동절기 월동꿀벌 피해를 최소화하고 피해농가의 봄철 봉군 조기 회복을 위해 농림축산식품부가 대응체계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양봉협회의 올해 초 월동피해 발생 규모와 원인, 현재 상황 진단 조사 결과, 올해 초 2021/22년 동절기 월동 중 피해를 입은 꿀벌은 약 269만 봉군(2021.12월 기준) 중 약 40만 봉군(80억 마리)로 조사됐다.
농촌진흥청을 비롯한 관계기관 합동 피해원인 조사 결과에서는 2021년 봄철 작황부진으로 꿀벌의 활동량과 먹이가 부족해 면역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응애와 말벌 등에 의해 꿀벌이 폐사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추정됐다.
이후 올해 봄 채밀기(4~5월)에 좋은 기후가 계속되고 밀원수 작황이 양호해 상반기까지는 벌꿀 생산이 평년보다 15% 증가했고, 꿀벌 번식도 양호해 지난 겨울철 피해를 대부분 회복한 것으로 파악됐다.
 
꿀벌응애(날개기형병바이러스 전파)로 인한 날개불구 증상
그러나 많은 양봉농가에서 벌꿀, 로열젤리 등의 양봉산물을 8월까지 생산하면서 응애 방제 적기인 7월에 방제가 제때 이루어지지 않아 응애가 급속히 확산되어 피해가 발생했다. 또한 늘어난 응애를 방제하기 위해 방제제를 과다하게 사용함에 따라 꿀벌 면역력이 약화되고, 폐사하는 현상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
조사결과에서 나타난 농가들이 응애 방제를 위해 수년간 동일한 성분(플루발리네이트)의 방제제를 지속 사용해 방제제 내성이 발생해 올해 11월 현재 널리 사용되는 방제제에 내성을 가진 응애가 전국에 확산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관계기관과 전문가들은 결과적으로 올해 겨울철에도 꿀벌 피해 발생 가능성이 높아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현재 공통된 의견이다.
실제로 지난 11월 꿀벌 월동에 적합한 기상조건 보다 온화한 날씨가 이어진 상황에서 응애 피해를 입어 면역력이 떨어진 꿀벌들이 월동에 들어가지 못하고 외부 활동을 하다 폐사한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농식품부는 올해 초에 발생한 꿀벌 폐사로 피해를 입은 농가에게 생산기반 복구와 경영안정을 위해 농축산경영자금을 지원하고, 추가 피해방지를 위해 꿀벌응애 및 꿀벌질병 방제를 위한 약품을 신속히 지원했다고 밝혔다.
또한 꿀벌 폐사 현상의 원인 규명 및 피해 재발 예방을 위해 농촌진흥청과 농림축산검역본부, 지자체, 생산자단체 등 관계기관 합동으로 4월부터 현장을 점검해 왔고 농촌진흥청·생산자단체는 양봉농가를 대상으로 응애 적기방제 및 적정 방제방법, 월동꿀벌 사양관리 방법 등을 교육하고, 피해농가에는 자문(컨설팅)을 지원해 왔다.
농식품부는 추가 피해 예방대책 추진계획으로 정상적으로 월동에 들어간 봉군을 집중적으로 관리해 내년 봄철 꿀벌이 원활히 번식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둘 계획이다.
이를 위해 월동 봉군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꿀벌이 월동에 들어간 농가를 대상으로 벌통의 일정 이하 온도 유지, 충분한 먹이 급여 등 적정 관리방법을 집중 교육․지도하여 월동기 폐사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기후가 따뜻해 여왕벌이 산란을 하게 되면 겨울철 먹이 부족 등으로 꿀벌의 수명이 5개월에서 1개월로 짧아져 월동을 원활하게 하기 어려워진다는 판단이다.
 
경기 포천시 우수 양봉농가 양봉장
상대적으로 기후가 따뜻해 여왕벌이 산란·번식이 가능한 제주와 남부해안 지역에 대해서는 지자체 농업기술원 등 유관기관과 협조해 가온판 설치, 온실 활용 사육 등을 통해 봉군 세력이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하여 봄철 타 지역으로 신속히 공급될 수 있도록 하고, 양봉협회를 통해 피해를 입지 않은 우수 양봉농가의 관리 사례도 발굴해 관리 요령을 농가에 적극적으로 전파해나갈 계획이다. 현장 사례를 중심으로 조치방법을 제시해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던 농가의 사양관리도 개선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한편 농촌진흥청과 지자체는 일부 농가와의 협력을 통해 적정 온도 유지가 가능한 저온저장고를 이용해 월동하는 방법, 여왕벌 산란 시 온실 등을 활용해 사육하는 방법 등을 시범적으로 도입해 효과성을 검증해 나갈 계획이다.
원활한 월동 꿀벌 피해 대책 추진을 위해 농식품부와 각 시도, 시군구에 ‘월동 꿀벌 피해 대책반’을 구성해 정상적으로 월동에 들어간 양봉 농가의 피해 발생 여부, 여왕벌 산란 여부 등 이상 발생 상황을 예찰하고, 응애 피해 및 월동 꿀벌 폐사 등에 대한 대응 방안도 지속적으로 전파할 계획이다.
벌통 내 온습도 등 환경조건 변화를 실시간 확인해 이상 여부를 탐지할 수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장비가 시범 보급될 수 있도록 농가에 정보를 제공하고, 향후 축사시설 현대화 사업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보급해 나갈 계획이다. 지난 10월 농가를 대상으로 응애 방제약품을 추가 보급했지만 필요에 따라 전국 양봉농가에 방제제를 추가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아울러 월동이 끝나는 내년 3월 이후부터는 농축산경영자금을 양봉농가에 우선적으로 지원해 보유 봉군의 확대와 봉군 구매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정상봉군 사육 농장 정보 등에 대해서도 양봉농협, 양봉협회 등을 통해 농가에 제공함으로써 피해회복에도 주력해 나가기로 했다. 또한 응애, 질병 등의 발생 현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발생 정도에 따라 관계기관과 농가의 대응 요령을 정하는 등 체계적인 위기대응 지침(매뉴얼)도 마련키로 했다.
김정욱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전국 시․도, 시․군 대책반 구성하고 월동 봉군 유지․관리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여 월동피해를 극복해 나갈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선 농가의 적극적인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라고 강조하면서, 농가의 적극적인 참여와 노력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