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먹는 이유

하루 ○잔의 술, 치매 위험 낮춘다?

고재순 2023. 2. 12. 14:29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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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섭취가 경미한 정도이거나 중등도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 치매 위험 감소와 관련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400만 명 가까운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하루 한두 잔의 술은 치매 위험을 낮춰준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루 음주량이 두 잔을 넘길 경우엔 치매 위험이 증가했다.
6일(현지시간)《미국의학협회저널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실린 한국 차병원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CNN이 보도한 내용이다.
논문의 제1저자인 차의과학대 부속 구미 차병원의 전근혜 교수(가정의학)는 “알코올 섭취가 경미하거나 중등도 이하일 경우 치매 위험 감소와 관련이 있음을 발견했다”고 이메일 인터뷰에서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 연구 결과가 논란의 소지가 있어 신중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경계했다.
연구진은 40세 이상 한국인들에게  무료 건강검진 기회를 주는 한국 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의 의료기록을 분석했다. 이 검진에는 음주, 흡연, 그리고 운동습관에 대한 설문이 포함돼 있다. 전체 대상자는 393만여 명이었다.
연구진은 2009년과 2011년에 수집된 데이터를 토대로 스스로 보고한 음주 수준에 따라 사람들을 분류했다. 하루에 15g 미만의 술을 마시는 사람은 경미한 음주자로 분류됐다. 하루에 15g~29.9g을 마시는 경우는 중등도 음주자, 30g 이상 또는 하루 3잔 이상을 마시는 경우는 과도한 음주자로 분류했다.
연구진은 2009년과 2011년 사이에 음주량 변화 여부도 조사했다. 전 교수는 “두 가지 시점에서 알코올 소비량을 측정함으로써 알코올 소비량의 감소, 중단, 유지 및 증가와 치매의 관계를 연구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2018년의 의료 데이터와 비교해 조사 대상자 중 치매진단을 받은 사람을 추려냈다. 연구진은 연령, 성별, 흡연, 운동 수준 및 기타 인구통계학적 요인을 조정했을 때 온화한 수준의 음주자가 술을 마시지 않은 사람보다 치매에 걸릴 확률이 21% 낮다는 것을 발견했다. 중등도의 음주, 즉 하루에 두 잔 정도를 계속 마신다고 답한 사람은 치매에 걸릴 확률이 17% 낮았다.
음주량이 증가하면 긍정적인 패턴이 지속되지 않았다. 하루 세잔 이상 과음한 사람은 치매 진단을 받을 가능성이 8% 더 높았다. 반대로 과음하던 사람이 음주량을 중등도로 줄였을 경우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을 위험은 12%, 감소했고, 모든 원인의 치매 위험은 8% 감소했다.


연구진은 “경미한 수준의 음주가 치매나 알츠하이머병 위험 감소와 연관이 있다는 것은  학계에 보고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전 교수는 “이번 연구는 관찰 연구에 머물렀기에 어떠한 인과관계도 파악할 수 없었다”면서 가벼운 알코올 섭취에 대한 연구결과가 임상 권고사항으로 바로 전환될 수 없기에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논문을 검토한 미국 ‘플로리다 신경퇴행성질환 연구소’의 리처드 아이작슨 연구원은 “이 연구는 약 400만 명의 피험자를 대상으로 잘 수행된 연구이긴 하지만 그 결과를 과도하게 해석해 당장 술 마시겠다고 나서선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알코올 섭취는 유방암과 다른 암의 위험 요인이 될 수 있으며 과음은 시간이 지날수록 소화기 문제, 심장 및 간 질환, 고혈압, 뇌졸중, 면역체계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
지난해 3월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하루에 맥주나 와인 한 잔만 마셔도 뇌의 전체 볼륨이 줄어들 수 있으며, 하루 음주량이 증가함에 따라 손상도 증가한다. 또 종전 연구에 따르면, 한 달 동안 하루에 맥주 1파인트 또는 6온스 와인을 마신 40~69세 사람은 그 절반 이하로 마시는 사람들보다 2살 더 늙어 보이는 뇌를 가지고 있었다.
아이작슨 연구원은 사람들이 자신이 얼마나 많은 술을 마시는지 판단하는데 능숙하지 않다는 점과 중등도의 음주자도 주말에 폭음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해 이번 연구결과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개인적으로 술을 끊은 사람에게 다시 적정량의 술을 마시라고 권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알코올 소비는 개인별로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보편적 해법을 제시할 순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