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물재배

빨간 과육·못난이 꿀사과…이색 품종 새롭게 뜬다

고재순 2023. 5. 8. 15:05

작고 못생겨도 좋다 … ‘개성파 사과’ 인기 ‘후지’ 선호도 1위로 입지 견고 ‘시나노스위트’ ‘골드’ ‘홍옥’ 순 노란사과 등 신품종 약진 눈길 외양보단 맛·향 우선 트렌드

‘국산’보다 ‘일제’나 ‘미제’가 더 특별하고 우수한 것으로 취급되던 때가 있었다. 주로 공산품이나 기술집약적인 제품이 그랬다. “이거 미제야”라는 말 한마디면 선망의 대상이 되던 때. 그래서였을까? 우리 농작물 가운데서도 ‘일제’의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물론 최종 농산물은 예나 지금이나 ‘우리 것’을 최고로 친다. 우리 땅과 들에서 자란 작물이 우리 몸에 이롭다는 ‘신토불이’ 이념은 그때도 지금도 여전하다. 하지만 그야말로 기술집약적인 품종분야에선 달랐다. 우리와 식생·기후가 비슷한 일본 품종은 한국에서도 널리 사랑받았고 최근까지도 육종 재료로 활용되고 있다.

 

◆물 건너온 <후지>의 아성

널리 알려져 있듯 <후지> 사과는 일본 태생이다. 그것도 1939년 선발됐다. 다만 연구소 이전 등 다양한 문제로 실제 품종 등록과 활발한 보급·유통이 이뤄진 것은 1960년대에 들어서다. 우리나라엔 1967년 도입, 1972년부터 선발·보급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선 <후지>의 한자 표기를 우리 식으로 음독해 ‘부사’라고 부르기도 한다. 어느덧 고령이 된 <후지>지만 일본에서도, 우리나라에서도 견고한 입지를 자랑한다.

최근 일본의 한 웹사이트가 조사한 선호 품종 조사에서 <후지>는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후지>를 가장 선호한다고 밝힌 네티즌들은 “달고 아삭아삭한 식감이 일품” “단맛과 신맛이 조화로운 품종” “어느 것을 골라도 맛이 일정하다”는 등의 평가를 남겼다. 우리나라에서도 <후지>는 여전히 사과 재배면적의 70%가량을 차지한다.

◆‘일본 선호 품종 랭킹’ 살펴보니

그럼 <후지> 외에 일본에서 인기 있는 품종은 뭘까? 앞서 소개한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익숙한 이름들이 눈에 띈다. 2위를 차지한 <시나노스위트>, 3위 <시나노골드>, 4위 <홍옥>, 8위 <쓰가루>, 11위 <골든딜리셔스>, 15위 <알프스오토메> 등이다.

이밖에도 <산후지> <왕림> <조나골드> <추영(아키바에)> <핑크레이디> 등 1∼15위에 이름을 올린 품종들 가운데 대부분이 한국에서 재배됐거나, 재배되고 있다.

과육까지 빨간 ‘쿠레나이노유메’ 사과. 출처=일본 히로마에대학교

소비 트렌드 변화와 함께 최근 부상하는 사과 품종 ‘코토쿠’. 출처=일본 JA야마가타

◆일본에서 ‘뜨는’ 품종은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사과 신품종이 다수 개발돼 재배면적을 넓혀간다. <아리수> <썸머킹> <피크닉> 등 <후지>와 출하시기를 달리한 품종이나 1인가구 증가에 발맞춘 소형과 품종 등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에서도 <후지>를 대체할 새로운 품종들이 약진 중이다.

특히 과육까지 빨간 <쿠레나이노유메>, 노란 사과 <산긴세이> 등 이색적인 사과가 소비자들 눈길을 끌고 있다.

한편 1985년에 개발됐으나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꿀사과 <코토쿠> 품종이 지난해부터 커다란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코토쿠>는 착색이 나쁘고 소형과라는 이유로 오랫동안 주류 도매시장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지만 ‘작고 못생겨도 맛과 향이 뛰어난 품종’을 선호하는 트렌드 변화로 부상하고 있다.

일본 야마가타현에서 <코토쿠>를 재배하는 한 농가는 “‘보기에 예쁜 사과=맛 좋은 사과’라는 등식이 깨지고 있기 때문에 생겨나는 변화”라며 “‘외관은 나쁘더라도 놀랄 정도로 맛있다’는 인식이 <코토쿠>만의 개성으로 인정받은 것”이라고 전했다.

김다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