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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헐렁한 젖가슴

고재순 2023. 7. 1. 10:20

그녀의 헐렁한 젖가슴


강경호



여전히 찰진 종가의 전답이다
가문 날 저녁 늦게까지 두레질하며 출렁거리던
한때 사내의 뜨거운 우상이었을
지금은 벼슬처럼 요리조리 흔들며
그녀를 데리고 장터로 가는 달구지이다

오래된 가마솥처럼 낡은 가슴에서
아직도 젖먹어라, 젖먹어라 새끼들 부르는 소리
늙어 쭈그러졌지만 그녀의 눈빛은
열두 마리 젖먹이를 기르는 암캐거나 암퇘지이다

때로는 어린 손주가
바람 빠진 풍선 불 듯 깨무는 풍선이다
장난감이다, 놀이터다
그 놀이터에 저녁 무렵 쓸쓸히 남겨진 발자국처럼
꼬집히고 긁힌 손톱자국 선명한 파장터이다

비키니 차림의 빵빵한
젊은 것들의 그것에 비하겠는가
팔순이 되도록 종가를 키우고 육남매 키우고도 남아
다섯 살 종손을 키우는
전서체로 쓰는 족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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