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를 키우는 박현선(34)씨는 지난 6일 아보카도를 먹고 응급실에 실려갔다. 전날 마트에서 산 아보카도를 반으로 갈라 숟가락으로 네 번쯤 떠먹었을 때였다. 갑자기 가슴과 배 부분이 꽉 막히는 듯한 통증에 숨을 쉬기 힘들었다고 했다. 휴대전화 둔 곳까지 기어간 박씨는 119에 신고했고 구급차에 실려 대학병원 응급실로 갔다. 병원에선 "아보카도 성분에 취약한 체질"이라며 진통제를 비롯한 여러 약물을 주사했다. 치료를 받고 하루 입원한 뒤에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박씨는 "그동안 아보카도로 여러 가지 요리도 해먹었는데 항상 먹고 나면 체한 기분이 들었지만 독성이 있는 줄은 몰랐다"며 "세 살짜리 딸에게 먹였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말했다. 최근 인기가 높아진 과일 아보카도를 먹은 뒤 원인 모를 증상을 겪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주부 정규연(39)씨도 지난달 30일 아보카도를 먹다가 정신을 잃었다. 최근 유행하는 저탄수화물 고단백질 다이어트를 하려고 잘 먹지 않던 아보카도를 며칠 동안 매일 먹을 때였다. 아보카도를 으깨 만든 멕시코 소스 과카몰리를 직접 만들어 빵에 얹어 먹었을 때, 앞이 갑자기 하얘지고 호흡이 곤란하다고 느낀 뒤 기절했다. 엄마가 쓰러지는 것을 본 여덟 살 딸이 119에 신고해 정씨는 겨우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정씨는 "주로 우유에 아보카도를 갈아 마셔서 배가 아파도 우유가 상했나보다 생각했지 아보카도 탓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아보카도의 어떤 성분이 인체에 악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심지어 아보카도가 특정 증상의 직접적 원인인지 단순 알레르기인지조차 분명치 않다. 아보카도의 작년 한 해 국내 수입량(2915t)은 전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지만 대량 유통된 지 몇 년 안 돼 아보카도 독성에 대한 연구조차 없는 실정이다. 아보카도 잎과 줄기, 뿌리 혹은 제대로 익지 않은 과육 등에는 퍼신(persin)이라는 독성 물질이 있다. 미국 동물보호단체 ASPCA(American Society for the Prevention of Cruelty to Animals)는 "퍼신은 말에게 복통, 심혈관질환 등을 일으키는 독소다. 말이 아보카도를 먹었을 때 수의사의 조치가 없다면 죽을 수도 있을 만큼 강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FDA 보고서는 퍼신이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영향이 없다고 결론내렸다. 이론적으로는 인간에게도 위험할 수 있지만 아직 사망 사례가 보고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많은 양을 섭취했을 때 또는 아보카도의 이파리, 뿌리, 껍질, 씨 등을 먹었을 때는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호흡곤란 등의 사례에 대해 퍼신 때문이 아니라 아보카도 알레르기이거나 아보카도에 많이 함유돼 있는 칼륨 성분 때문에 일시적 쇼크가 올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장윤석 교수는 "호흡곤란이나 피부 발진, 갑작스러운 심혈관 수축으로 시야가 흐려지는 증상은 모두 음식에 의한 아나필락시스(알레르기성 쇼크)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아보카도코리아의 배시범 대표는 "아보카도는 칼륨이 다량으로 들어있는 식품이라 신장이 안 좋은 사람들에겐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서양에서 1000년 이상 먹어온 과일이라는 사실이 안전성을 입증한다"고 말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