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궁의 효능-막힌 기혈을 풀어 각종 통증 해소
송상열, 한의사·한의학 박사 며칠 전 한 환자가 교통사고로 인한 증상으로 한의원을 찾았다. 사고 당시는 불편한 증상이 크지 않았지만, 다음날부터 목, 어깨만 아픈 것이 아니라 두통과 어지럼증까지 생겼다는 것이다. 사고는 경미했는데도 통증이 지속되어서 환자 본인도 당혹스러워했다. 한의학에서는 교통사고로 인한 제반 증상을 어혈의 범주로 간주해 치료한다. 타박이나 외상으로 인해 손상을 입으면 혈행이 원활치 않고 어혈이 생겨 통증을 야기한다. 이런 증상을 치료하는 활혈거어약(活血祛瘀藥)의 대표적인 약재 중 하나가 천궁(川芎)이다. 한약재 천궁은 천궁(Cnidium officinale Makino) 또는 중국천궁(Ligusticum chuanxiong Hort.)의 뿌리줄기로서 그대로 또는 끓는 물에 데쳐 쓴다. 천궁은 기를 돌리는 행기(行氣) 효능도 있어 기체(氣滯)를 겸한 어혈(瘀血)에 특히 좋다. 원래 기와 혈은 서로 관계가 밀접해 기가 막히면 혈도 따라 막히게 되는데 천궁은 이러한 기체와 어혈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 약재다. 천궁은 작용 부위도 넓다. 위로는 두면부까지 올라가 각종 두통을 치료할 뿐 아니라 아래로는 자궁에 도달해 생리통, 근종 등 여성 질환에도 효과적이다. 또한 거풍지통(祛風止痛)하는 효능이 있어 각종 관절통 등의 치료에도 두루 활용된다. 한마디로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는 불통즉통(不通則痛)의 기전을 풀어주는 요약(要藥)이다. 기나 혈이 통하지 않아 기체와 어혈이 생기거나 풍한습(風寒濕)으로 응체(凝滯)가 생겨서 오는 제반 통증을 치료하는 것이다. 문헌에는 천궁 한 가지만 복용하거나 오랫동안 복용하면 진기(眞氣)가 흩어질 수 있다고 주의를 주고 있다. 증상에 맞게 다른 약재와 함께 쓰는 것이 좋으며 음허화왕(陰虛火旺, 음정이 부족해져서 허화가 심해진 병리 상태)하거나 기가 약한 사람은 피하는 것이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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