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물재배

고창 김기원씨, 흙에 청춘을 걸고 딸기에 인생을 걸었다

고재순 2022. 11. 18. 13:54
최고 품질 딸기 생산 온힘
 

 고창출신 소설가 은희경은 새빨간 딸기를 ‘달고도 시고도 어느 틈에 녹아 없어져 버리는 황홀한 맛’으로 묘사했다. 탐스러운 붉은색과 달콤한 과육으로 남녀노소 모두를 사로잡는 과일. 고창에서 흙에 청춘을 걸고 딸기에 인생을 건 사나이를 만나봤다. 
 

 고창군 고수면 남고창IC 바로 옆 여덟동의 비닐하우스가 눈에 들어왔다. 문을 살짝 열어보니 초록색 물결을 이룬 딸기잎 사이로 새하얀 딸기꽃이 눈에 들어왔다. 이제 2개월 뒤면 새빨간 딸기로 사랑받을 날을 기다리고 있다. 하우스 안쪽에서 김기원(43)씨가 딸기 재배에 여념이 없었다.

 김씨는 아내와 서울에서 10년 가까이 자영업을 했었다. 고창에 있는 처가에 종종 내려와 농사일을 돕던 중 “잘만 하면 농사로 돈을 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위의 반대도 있었지만, 김씨는 농업에 대해 자신감이 있었고, 건강한 육아를 하고 싶다는 목표도 있었다.

 김씨는 “여러 곳에서 4년 정도 귀농귀촌 교육을 받으면서 2017년 5월 귀농을 최종 결정했어요. 그냥 생각만 하다 보면 귀농이 무척 막연하게 느껴져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결심이죠. 하나씩 차근차근 해결해나가면 된다”고 조언했다.

 


 ▲“겨울·봄에는 딸기 외에 다른 대체 과일이 없잖아요” 

 김씨의 귀농은 ‘철저한 사업가 마인드’로 압축된다. 귀농작물도 고소득을 올리면서도 노동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딸기로 선택했다. 딸기는 11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8개월 가량 수확하면서 소득이 이어지는 장점이 있다. 또 겨울·봄에는 딸기와 귤 외에 다른 대체 과일도 없다.

 특히 기존의 딸기 재배는 노동력이 많이 드는 까닭에 딸기 농사를 지으려면 가족 구성원은 물론 이웃 주민들의 노동력까지 투입되곤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양액재배로 바뀌는 추세다. 양액재배는 땅에서 1m 높이에 베드를 설치, 허리를 굽히지 않고 서서 딸기를 수확해 일의 능률을 높이고, 흙으로부터 격리돼 각종 병해충까지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고창은 딸기 재배에 알맞은 사질양토로 맑고 깨끗한 지하수가 공급되고, 물빠짐이 원활해 병해충 발생이 적고 맛이 좋다. 고창딸기는 육질이 단단하고 당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배지역의 일교차가 큰데 따른 영향이란다.

 


 ▲“최고의 품질로 승부”
 

 김씨가 선택한 딸기 종류는 ‘설향’이다. 산도가 낮고 과즙이 많아 시원하고 상쾌한 맛이 있다. 설향은 병해충 저항성이 높다. 딸기는 보통 흰가루병에 약한 편인데 설향은 흰가루병에 강하다. 또 균일한 딸기를 많이 수확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김씨는 불리한 여건을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는 연구와 방법을 고안하면서 다른 농가의 귀감을 얻고 있다. 꽃대 하나에서 나오는 수확량을 높이는 대신, 다소 수확량이 적더라도 최고품의 딸기로 승부를 봤다. 광주 공판장에서 특상중으로 해서 가격을 매기기 때문에 특이 많으면 당연이 수익이 늘게 되는 셈이다.

 귀농 첫 해에는 구입한 딸기 모종에 병이 발생하는 바람에 초보농군으로서 쓴맛을 맛보기도 했다. 그래서 지금도 무엇보다 모종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데, 모종 자체가 딸기 농사의 90%를 차지하고 한 해의 생산량도 좌우한다”고 경험담을 소개했다. 인력수급과 폭등한 인건비도 농사를 어렵게 하는 장벽이다.

 

 


▲농업도 엄연히 사업..“시간, 노동, 자본의 효율적 사용 고민” 

 김기원씨는 귀농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도시적인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일침했다. 김씨는 “시골에 살다보니 농약이나 제초제 사용에 극히 민감해 하는 귀농인들을 종종 접한다”며 “그냥 볼 때는 살려야 하는 자연이지만 농업에 대해선 해충일 수 있다. 여러 가치관과 환경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필요한 부분이다”고 말했다. 

 김씨는 도시에서의 치열한 삶을 버리고 나니 가족과 함께하는, 마음 넉넉한 삶이 시작됐다. 김씨는 “과거처럼 땡볕에서 비지땀을 흘리며 농사짓던 시대는 지나가는 것 같다. 작목 선택만 잘하면 노력한 만큼 보상받으며 여유롭게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아이들에게도 각박한 도시 생활 대신 농사 짓기를 권하고 싶을 정도”라고 강조했다.

 5년여간 시행착오를 겪으며 김씨가 깨달은 것 중 하나는 농업도 엄연히 사업이란 것. 특히 초기 시설투자 비용이 많이든 만큼, 기대치와 비교해 수익이 나지 않거나, 효과가 보이지 않는 방법들은 과감하게 정리하는 결단력이 필요했다. 김씨는 “귀농 후 지금까지 시간과 노동, 자본의 효율적 사용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며 “나와 가족의 삶을 행복하게 하는 농업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고창=임용묵기자

출처 : 전북도민일보(http://www.do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