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물재배

샤인머스캣’에 등돌린 소비자 마음 다시 돌릴수 있을까

고재순 2022. 11. 20. 14:22
쏟아지는 혹평에 농가 충격
“스스로 발등 찍었다” 자성 
“유통인이 출하 재촉” 주장도
“착과량 줄이고 품질 높이자”
산지 부랴부랴 자구책 논의






 
‘샤인머스캣의 눈물’ 본지 보도 이후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반응을 직접 확인한 산지에선 착과량 조절, 생육기간 지키기 등 자구책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사진 속 글은 본지 기사에 달린 댓글 중 일부.
“아삭아삭한 식감과 단맛 그리고 씨가 없어서 <샤인머스캣>을 즐겨 먹었는데 올해는 껍질도 두껍고 씨가 씹히는 등 매력이 다 사라졌어요.”

생산량 급증과 품질관리 소홀 등으로 값이 반토막 났다는 ‘샤인머스캣의 눈물’ 기획 보도(본지 11월9일자 4면)에 달린 한 소비자의 댓글이다. 해당 기사에는 댓글 1000여개가 달렸는데, 올해 <샤인머스캣>의 품질이 엉망이거나 단맛이 안 난다는 부정적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또 추석 때 선물 받은 <샤인머스캣>이 맛이 없어 그 뒤로 사 먹지 않았다는 의견도 많았다.

이에 대해 문정훈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푸드비즈니스랩 교수는 “올 추석 때 설익은 <샤인머스캣>을 먹어보고 소비자들이 크게 실망한 것 같다”면서 “이전에 <샤인머스캣>은 실패가 없는 과일이라는 이미지가 있었지만 올해는 많은 소비자가 저품질을 맛보고선 다시 구매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생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본지 보도 등을 통해 <샤인머스캣> 맛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반응을 확인한 산지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상재 경북 상주원예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센터장은 “언론에서 <샤인머스캣>이 맛없다, 값이 반토막 났다 등의 기사를 쏟아내서 농가들도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상황”이라며 “착과량을 줄여 품질을 높이겠다는 농가들의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고 전했다.

정 센터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조기출하를 하고 양을 늘려도 값을 잘 받았지만 올해 소비자들의 외면을 직접 경험하자 농가들이 자구책 마련에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진우 충북 영동농협 조합장도 “농가들이 이번 값 폭락으로 품질의 중요성을 많이 느낀 것 같다”면서 “양을 늘리기보다 품질을 높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크게 형성됐다”고 말했다.

한편 소비자들의 따가운 질책에 대해 일부지만 억울함을 호소하는 농가도 있었다.

충북 영동의 한 농가는 “무리하게 착과량을 늘린 잘못은 인정하지만 산지유통인들이 값을 잘 받으려고 익지도 않은 <샤인머스캣>을 빨리 따라고 유도한 측면도 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하규호 한국포도협회장(경북 김천 직지농협 조합장)은 “밭떼기거래의 경우 송이당 값을 매기기 때문에 농가들은 송이를 더 달려고 하고, 특히 한송이에 600∼700g이 가장 맛있는데 산지유통인들이 800g 이상을 우선적으로 구매하니 농가들이 당도를 떨어뜨리면서까지 크기를 키운 측면이 있다”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 고길석 서울 가락시장 중앙청과 이사는 “산지유통인들이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농가들이 그런 유혹을 뿌리치는 게 중요하다”면서 “익지 않은 <샤인머스캣>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이어 “현재 가락시장에서 아주 좋은 품질은 2㎏ 한상자에 3만∼3만5000원에 거래되기도 한다”면서 “잘 익은 고품질은 값을 잘 받을 수 있으니 품질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