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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술 답사기] “100년 전통 새롭게 되살리자”...‘쌀향 가득’ 프리미엄 막걸리

고재순 2022. 12. 17. 21:00
[우리 술 답사기] (47) 강화도 ‘금풍양조장’
지역대표 양조장 현대적 문화공간 변신
3대째 가업 이어받아 변화 바람 일으켜
쌀과 지하수로 빚은 ‘금풍막걸리’ 탄생
검은병 ‘금학탁주’ 묵직하고 단맛 은은
방문객 위한 ‘술례길 5코스’ 체험 개발

[우리 술 답사기] (47) 강화도 ‘금풍양조장’
지역대표 양조장 현대적 문화공간 변신
3대째 가업 이어받아 변화 바람 일으켜
쌀과 지하수로 빚은 ‘금풍막걸리’ 탄생
검은병 ‘금학탁주’ 묵직하고 단맛 은은
방문객 위한 ‘술례길 5코스’ 체험 개발
 
 
금풍양조장은 우리나라에서도 손꼽히는 역사를 가진 양조장이다. 왼쪽부터 금풍양조장이 생산하는 ‘금학탁주’ 그린·블랙·골드와 ‘금풍막걸리’.
금풍양조장은 인천 강화도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에서도 손꼽힐 만큼 오래된 양조장이다. 건축물 대장에는 1931년으로 신고돼 있으나 실제 건축한 건 그보다 10년 전일 것으로 추측한다. 100년이라는 시간 동안 우직하게 한자리를 지키며 이 지역 대표 양조장이 된 금풍양조장은 최근 현대적으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변화의 바람 가운데 3대 양태석 대표(47)가 있다.

“아버지가 운영하시던 양조장을 이어받아 어머니가 직접 쓴 간판 아래서 일하고 있죠.”

척 봐도 세월이 느껴지는 목조건물인 양조장은 강화군 길상면 온수리에 있다. 온수리는 지역 내에서도 물이 좋기로 유명한 지역이다. 인천시는 근대 건축양식과 개항기 이후 강화지역의 산업화 과정을 볼 수 있다는 역사적 가치를 인정해 지난 10월 이곳을 시 등록문화재로 지정했다. 건축면적 433㎡(130평) 규모의 지상 2층인 건물엔 100년 된 우물과 누룩을 보관하던 창고가 그대로 보존돼 있고 1층 일부만 전시실과 체험실로 현대화됐다. 2층은 그의 손길이 가장 많이 간 곳이자 100년 세월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장소다.

3대인 양태석 대표가 양조장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양 대표는 원래 IT분야에서 마케팅 업무를 오래했다. 하지만 일할수록 일에 끌려다니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낀 탓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보기로 했다. 양조장은 원래 고 김학제씨가 창업해 1969년 양 대표 집안에서 인수했다. 양 대표가 사업에 뛰어들 땐아버지 양재형 전 대표(81)가 50년 동안 막걸리를 빚다가 다른 사람에게 양조장을 임대해준 상태였다. 아들이 아버지의 일터에 돌아와 세월 속에 천천히 스러져가는 양조장을 되살리겠다고 나선 것이다.

“아버지가 밀가루와 입국(일본식 누룩)으로 막걸리를 빚었다면, 전 강화군이 쌀 좋고 물 좋은 곳이란 것을 술로 알리고 싶었어요. 전공이 식품 쪽인 게 도움이 됐죠. 요즘 대세인 프리미엄 막걸리를 만들기로 한 겁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금풍막걸리(6.9도)>다. ‘6.9도’는 양조장을 인수한 1969년을 상징한 것이다. 이는 감미료 없이 강화도 쌀과 온수리 지하수로 담근 이양주다. 목 넘김이 부드럽고 쌀향이 고소하다. 판매가격은 7500원인데 처음엔 지역에서 심한 가격 저항을 받았다. 일부 동네 어르신들이 찾아와 이렇게 비싼 막걸리를 파느냐고 호통을 치고 가기도 했다.

“남들과 비슷한 막걸리를 팔 순 없었어요. 좋은 재료로 금풍만의 색을 가진 술을 만들고 싶었죠. <금풍막걸리>를 내놓을 때도 ‘플라스틱병 막걸리는 이게 끝이다’라고 다짐했어요.”

양 대표는 기죽지 않고 최근 프리미엄 막걸리 <금학탁주>를 내놨다. 9.6도 블랙, 강화도 특산물인 인삼을 넣은 9.6도 그린, 13도 골드 등 3종류다. 기존 막걸리병이 아닌 와인병 같은 검은 유리병에 넣은 게 특징이다. 은은한 단맛이 느껴지며 미숫가루처럼 질감이 있고 묵직하다. 포장재에도 신경을 썼다. 최근 친환경 열풍을 고려해 쌀포대와 커피봉투를 재활용한 것. 강화군에는 관광객을 상대로 한 대형 커피숍이 많아 그곳 봉투를 받아 사용하고 있다.

그의 머릿속엔 금풍양조장에 대한 아이디어가 넘쳐난다. 올해 ‘찾아가는 양조장’으로도 선정됐으며, 양 대표는 방문객을 위한 ‘술례길 5코스’도 만들었다. 금풍양조장을 시각·청각·후각·촉각·미각으로 즐기는 법을 소개한 것이다. 100년 된 양조장을 보고, 술항아리의 울림을 듣고, 술지게미로 만든 금풍양초의 향기를 느끼고, 양조장 기둥을 만지고, 막걸리를 맛보는 코스다. 또 건물 전체를 VR(가상현실) 기기로 볼 수 있는 서비스도 개발하고 있다.

“100년 전통이 있다고 손 놓고 있으면 언젠가 사라질 수 있어요. 이를 보존하고 새로운 가치로 만드는 건 후손들의 몫이죠. 금풍양조장이 그 이상의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길 소망합니다.”

<금풍막걸리>는 750㎖ 기준 7500원, <금학탁주>는 750㎖ 기준 블랙 2만8000원, 그린·골드는 3만3000원이다.

강화=박준하 기자(전통주 소믈리에), 사진=현진 기자